(초점)-은행권, 2분기 은행채 만기 급증에 '여유'.."LCR 정상화 로드맵 관건" - Reuters News
서울, 5월2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2분기부터 은행채 만기도래 규모가 급증하면서 채권 수급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정작 은행 자금부서엔 여유가 넘친다.
대출 감소로 자금 수요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은행채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발행 압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이유다. 다만 금융당국의 은행 건전성규제 완화 정상화 일정이 가시화될 경우 자금 조달 압력이 커지는 하반기로 갈수록 은행채 발행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분기 은행채 만기 급증에도 차환 발행 압력 '제한적'
채권업계에 따르면 2분기에 만기를 앞둔 은행채 물량은 4월 18조9200억원, 5월 23조1300억원, 6월 20조5700억원 등 총 62조6200억원 수준이다. 지난 1분기(48조3600억원)보다 29.5% 증가한 규모다.
통상 4분기에 은행채 만기도래분에 대한 차환발행 수요가 집중되는 것과 달리 지난해엔 2분기부터 채권 발행이 크게 늘었다. 달러/원 환율 상승 때문이다.
국내은행들은 장외 파생상품을 거래할 때 당사자들의 신용 위험 최고 감내 수준(threshold)을 설정한 후 시가평가 변화에 따라 적격 담보물을 추가로 납입한다. 지난해 달러/원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적격 담보 추가 납입 규모가 늘었고 그 결과 은행권 전반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이 꾸준히 하락했다. 적정 수준보다 떨어지는 LCR을 붙들기 위해 은행들은 자금 조달 경쟁에 나섰고 이는 10월 레고랜드발 크레딧시장 위기가 확산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올해 달라진 건 아직 은행권 전반에 LCR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은행의 LCR 규제 수준은 92.5%인데 대다수 대형은행의 비율이 100% 내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월(-4조7000억원), 2월(-2조8000억원), 3월(-7000억원) 모두 감소하는 등 대출 수요도 살아나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2분기 가계 대출 역시 주택거래 부진과 금리 상승으로 감소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됐다.
경기 둔화 우려로 기업대출 증가폭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은행채 발행 만기가 늘어난다고 해도 당장 은행들의 차환 발행 수요 증가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A국내은행 자금부장은 "지금 대출이 늘지 않고 있어 자금 수요가 별로 없다"며 "은행채 만기 도래분이 많다고 하는데 그만큼 재투자하는 것들도 있다는 의미로 특별한 이벤트가 없으면 재투자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은행 위기가 가중되면 2분기에 신용위험이 확대될 수도 있고 은행채와 산금채 스프레드가 다소 타이트하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런 부분 때문에 스프레드가 조금 벌어질 여지는 있겠지만 자금 자체는 시장에서 주의할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B국내은행 자금부장은 "은행채 만기 돌아오는 것 중 50~70% 정도만 상환해도 될 것같다"며 "가계대출이 줄다 보니 자금 수요가 많지 않고 예금으로도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 LCR 완화 정상화 로드맵 관건
다만 오는 6월 이후 공식 발표될 향후 LCR 규제 완화 등의 정상화 일정이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0년 4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전반의 충격 완화를 위해 85% 수준까지 낮췄던 은행 통합 LCR 비율을 지난해 7월부터 90%로 상향 조정했고 10월부터 92.5%로 추가로 높였다. 금융당국은 당초 올해 1분기까지 LCR 비율을 95%로 올린 후 2분기 97.5%, 3분기 100%까지 정상화시킨다는 로드맵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레고랜드발 크레딧시장 자금경색이 나타나면서 LCR 비율 규제 정상화 시점을 올해 2분기까지 연장한 바 있다.
당초 시장에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은행 건전성 규제 정상화 시점을 내년까지 유예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다만 지난 3월 이후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미국 중소은행들이 연쇄 파산하고 크레딧스위스(CS)가 UBS에 전격 인수되며 글로벌 은행 불안이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각국의 유동성 규제 강화에 대한 요구도 거세지고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C은행 자금부장은 "5월부터 특례보금자리론 유동화가 시작되는데 은행 입장에선 대출이 채권으로 바뀌게 되는 셈"이라며 "유동성 비율 때문에 은행채 발행을 늘려야 할 수요는 그만큼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LCR이 7월에 인상될 경우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곳들이 생길 수 있다"며 "은행들 내부적으로 규제비율 대비 버퍼를 정해놓았기 때문에 일정 부분 발행이 늘어날 여지가 생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올해도 연말을 잘 넘어가는 게 관건이다 보니 향후 LCR 정상화 로드맵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은행들의 대비 상황이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