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약달러에도 오히려 약세 확대 중인 원화..터닝포인트 기대도 크지 않아 - Reuters News
원화의 약세 추세가 심상치 않다. 작년처럼 압도적인 강달러 모멘텀이 펼쳐진 것도 아닌데 최근 원화는 빠르게 절하하고 있다.
4월 중 달러지수는 0.6%나 떨어져 주요 통화 대비 약세지만, 원화는 오히려 2.3%나 절하했다. 아울러, 원화의 연간 성적도 부진하다. 주요 20개국 통화 중 달러 대비 원화 절하율은 아르헨티나,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4위다.
미국 고강도 긴축 완화 전망 속에 달러 강세가 수그러들자 원화는 한동안 환호했지만, 지금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중국 리오프닝 기대 약화, 지정학적 불안 등 각종 악재에 민감한 통화로 분류되면서 약세 변동성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환율이 작년 고점인 1444원 선과 올해 저점인 1216원 선의 중간 지점인 1330원대에 접어들자 한국은행은 환율 변동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일종의 레드라인인 1350원대를 이미 사정권에 두고 있다.
▲ 터닝 포인트 기대 어려운 이유
G20 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4일(현지시간) 기자 간담회에서 올해 한국 경기와 관련해 중국 경제 회복을 기대하며 '상저하고' 전망 경로를 재차 예상했다. 이 같은 견해는 추경호 경제 부총리 입을 통해서도 여러번 전해졌다.
하지만, 이 전망에 대한 기대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중국 경기가 소비와 서비스 주도로 회복하면서 한국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제한적인 가운데 미-중 관계 악화에다 최근 더해진 한-중 갈등 국면이 한국 경제의 예상 경로 이탈 가능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A 은행 외환 딜러는 "최근 상황을 보면 중국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크지 않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아시아 국가의 1분기 수출 부진에 대해 반도체 사이클 영향과 함께 중국과의 반도체 교역 마찰 확산 요인을 꼽으면서 특히 대만과 한국 수출 부진을 언급했다.
블룸버그뉴스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전에 미국 기업들의 중국 첨단기술 투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향후 반도체 업황이 개선된다 하더라도 대중국 수출의 완연한 회복세를 기대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가 됐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을 두고 중국과 외교적 마찰이 일면서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안영진 S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인바운드 수요와 대중국 수출 개선 등 중국 모멘텀이 그 무엇보다 필요한 우리 경제와 시장이지만,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AI, 양자 컴퓨터 등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새로운 전장이 펼쳐질 것으로 보면서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2018년~2019년 미-중 무역 분쟁 때 겪었던 것처럼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심화될 때 달러-원 디커플링, 위안-원 커플링이 관찰된다"면서 최근 유난히 원화의 저평가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1분기 대중국 무역 적자는 80억달러 상당으로 전체 무역적자 중 약 35%를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달러/원 1350원을 이미 가시권에 두고 있다. 달러/원 1350원은 1400원대 진입을 앞둔 핵심 저항선이다.
B 은행 외환 딜러는 "원화의 터닝포인트를 기대할 만한 게 없다. 달러/원 1330원대가 불편하다고 하지만 펀더멘털과 수급 상황에 대해서는 인정해야 한다. 최근 지정학적 우려까지 나오고 위안마저 약세 시동을 걸고 있다"면서 "연준 회의에서 매우 강력한 피봇 시그널이 나오지 않는다면 환율은 1350원을 웃돌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