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망)-정부의 자승자박과 포지션 운용 - Reuters News
서울, 4월24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지난 주말 미국 경제지표 호조와 미국 금리 반등분을 반영하며 약세 출발할 전망이다. 3년물 기준 3.3% 위에서 저가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장중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내 세 차례 이상 금리인하를 선반영하며 달렸던 미국 국채시장은 자체 조정기간을 맞고 있다. 연방준비제도를 통한 긴급 대출 규모가 꾸준히 감소하는 가운데 은행 위기 우려가 크게 줄어들면서 견조한 지표가 나올 때마다 5월 통화정책 종료 기대감이 조금씩 흔들리는 모습이다.
지난 주말 나온 S&P 글로벌의 구매자관리지수(PMI)처럼 2분기 맛보기 지표들이 나쁘지 않게 나올 때마다 하드랜딩 시나리오가 조정을 받는 식이다.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나올 물가, 고용지표를 통해 미국의 최종금리가 6%까지 가지 않는다는 확신이 생겨야 국내 시장도 답답한 흐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시장에선 향후 정부의 정책 운용 방향이 관건이다.
현 정부는 출범 전부터 재정건전성 기조를 강조해 오다보니 최근 들어 자승자박에 빠진 모습을 계속 연출하고 있다.
그렇다고 포퓰리즘 정책을 배격하면서 재정건전성 강화에 매진하는 것도 아니다. 표면적으로 정부 부채를 늘리는 정책 결정에 소극적으로 임하면서 주요 공기업들의 팔을 비트는 식으로 시장의 긴박한 요구에 대응하는 전략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필요가 있을 때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나 한국전력 등을 전면에 내세워 정치적 요구에 부응하는 식이다.
지금 당장은 천문학적인 적자를 지게 된 한전이 문제로 부각돼 있지만 시장금리가 여기서 더 뛸 경우 주금공 역시 안심할 수 없다.
시장금리가 뛰고 크레딧시장이 다시 흔들리면서 주금공의 손실 확대가 부각되는 게 정부 입장에선 큰 리스크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단기물 금리의 과도한 하락은 걱정하면서 3년물은 괜찮다는 모순된 반응을 내놓는 것도 이 부분과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향후 경기둔화가 본격화될 경우 더욱 두드러질 가능성이 있다.
재정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데 소극적인 정부가 결국 통화정책 완화에 좀 더 집중하리라는 걸 누구라도 쉽게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세수 결손으로 자금 미스매칭 압박에 처한 기획재정부가 재정증권 발행을 늘리기보다 손쉬워진 한은 차입을 한도까지 늘리는 걸 선호한 것을 기억하자.
가뜩이나 현재 부각되고 있는 많은 경제문제의 원흉이 급격한 금리인상 때문이라고 보는 정부 인사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물가가 하향 안정 궤도로 움직인다는 판단이 설 경우 정부가 더 빠르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이를 감안하면 3년물 기준 3.3% 위에선 숏을 짧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여기서부턴 긴 호흡으로 채워넣을 수 있는 물건들을 매수하면서 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