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두드러지는 원화 약세 흐름..이창용 총재 이어 한은 보고서가 제시한 힌트 - Reuters News
서울, 4월20일 (로이터) 박예나 기자 - 들쑥날쑥 흔들리는 글로벌 금융시장 따라 원화 역시 변동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으나, 원화가 2월부터 약세 흐름을 타기 시작하더니 좀처럼 그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달러/원 연간 상승률은 약 5%로 주요 20개국 통화 중 아르헨티나, 러시아, 남아프라카공화국 다음으로 많이 올랐다. 같은 기간 달러지수는 오히려 1.5% 떨어졌다.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베타 통화로서의 원화 지위를 고려할 때 원화의 약세 흐름은 자연스러울 있지만, 약세 압력이 가중되는 추세는 경계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한은 보고서에서는 이 같은 원화 약세에 대한 적지 않은 힌트를 제공해 시선을 끌고 있다.
▲ 기대 따라 움직이는 원화, 기댈 것 없는 원화
이창용 한은 총재는 1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가진 기자 오찬 간담회에서 환율 관련 질문에 "미국 금리 올리는 속도가 줄다 보니 달러가 (원화에) 주는 영향이 줄었다"면서 최근 달러/원 환율이 시장 기대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사실상 올해 달러는 작년처럼 일방적인 강달러 추세에서 벗어나101-105선 박스권 내에서 변동성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 총재 말처럼 원화가 시장 기대 따라 움직인다면 단기적으로 원화 약세 전망에는 더욱 힘이 실린다.
최근 한은이 발간한 보고서에서는 중국 리오프닝의 국내 경제 파급 영향을 점검했다.
한은은 "리오프닝 이후 중국 경제는 서비스 소비와 투자를 중심으로 회복되고 있지만, 수출과 제조업 생산은 여전히 부진하다"면서 한국의 대중국 수출에 리오프닝 효과가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중 수입의 경우 올해 들어 이차전지 재료 등 원자재 수입을 중심으로 반등해 1분기 중 대중 무역수지 적자폭이 크게 확대됐다고 밝혔다. 대중 무역 적자 폭은 작년 1분기 26억달러에서 올해 1분기 79억달러로 3배가량 늘었다.
연초 원화 강세를 점친 해외 기관 전망 대부분이 중국 리오프닝 재료를 크게 고려한 점을 볼 때 원화 강세 기대가 재확산되기는 어려운 국면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소비 중심의 경기 정상화가 국내 대중 수출 낙수효과를 제한하고 있다"면서 "미국 경기 둔화와 미-중 갈등이 중국 수출 회복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한은은 환율 변동성에 대한 보고서에서 최근 원화 환율 변화율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라면서 특히, 2월 중에는 원화 환율 변화율이 여타 통화 평균치를 두 배 이상 상회하면서 표본 국가 34개국 중 가장 높은 변화율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 통화 긴축 불확실성에 더해 무역수지 적자 지속 등 국내 요인이 기인한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 무역수지가 악화된 태국, 남아공, 아르헨티나 등도 2월 중에 상대적으로 큰 폭의 통화 가치 절하를 경험했다고 덧붙였다.
올해 1분기까지 무역수지 연간 누계 적자는 225억달러다. 한은의 올해 경상수지 전망은 260억달러 흑자다. 그만큼 역내 수급 사정이 녹록지 않다.
한 은행 외환 딜러는 "수급과 펀더멘털이 불안한 상황에서 환율의 하방 경직성이 생길 수 밖에 없고, 그러다면 대외 상황에 따라 환율의 상승 쪽으로의 공간은 수시로 생길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