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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증권사도 보험사도 포지션 확충 못해"..대내외 환경 급변에도 원화채 미지근했던 이유 - Reuters News

폴라리스한 2023. 4. 1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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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4월10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밀려야 할 때 밀리지 않고 강해져야 할 때 강해지지 못한다. 최근 원환채권 시장에 대한 운용역들의 전반적인 평가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따른 신용 위축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구매관리자지수(PMI), 구인이직보고서(JOLTs), ADP 고용까지 연이어 나온 미국의 지표가 경기둔화 테마를 지지하며 글로벌 금리 변동폭이 컸던 지난주에도 국내 금리 변동폭은 미미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통화긴축 재가속화 시사 발언이 나왔던 3월 초로 시계를 넓혀도 한국과 미국 금리 변동폭에는 큰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3월8일(현지시간) 5.066%까지 올랐던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SVB 파산 소식과 함께 급락해 24일엔 3.777%까지 하락한다. 미국 중소은행들의 연쇄 파산 우려가 진정되면서 31일에 장중 4.062%까지 올랐지만 4월 들어선 다시 하락해 5일 3.763%까지 내렸다가 현재 3.9%대 초반에 거래되고 있다.

한편, 원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파월 의장 발언 직후인 3월9일 3.858%를 기록한 이후 역시 급락해 24일 3.16%까지 떨어지지만 4월3일 3.342%까지 반등한 이후엔 변동폭이 제한되며 3.2~3.3%대 좁은 레인지에서 움직이고 있다.

미국 2년물 금리가 110bp 가량 빠지는 동안 국고채 3년물 금리가 60bp 정도 하락하는 데 그친 건 양국간 정책금리 인상폭과 속도로 설명이 가능하다. 통화긴축 사이클때 연준이 금융통화위원회보다 더 큰 폭의 금리인상을 더 빠른 속도로 진행한 만큼 정책 기조 전망이 바뀌었을 때 시장금리의 반응폭에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연초 성과 좋은 증권사들, 수세적 접근 경향 뚜렷

하지만 최근 미국과 한국 채권시장의 디커플링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데 대해선 또 다른 설명이 필요하다. 뉴욕장에서 미국 금리가 10bp 이상 오르든 떨어지든 원화채권 시장은 초반에만 일부 반영한 후 좁은 금리 레인지로 복귀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버나잇 포지션을 잡고 길게 끌고 가려는 기관들도 많지 않고 장중에도 손쉽게 포지션을 물리는 경우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흐름은 실제 수급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일부 증권사의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내 증권사들의 국고채권 순매수 포지션이 지난해 말에 비해 소폭 늘어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는 1월에 국고채권을 대규모 순매수하지만 2월에 1월분 이상으로 매도했고 3월 들어서도 제한적으로만 포지션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고채 입찰, 장내거래 등 변수가 많아 현물 매수 규모를 정확하게 수치화하기는 쉽지 않지만, 증권사들이 올해 초부터 유의미하게 포지션을 늘리지 않고 있다는 데 대해선 시장참가자들 사이에 이견이 많지 않다.

대형증권사들의 경우 지난해 연말 크레딧 포지션을 확대한 게 주효했다. 올해 초 크레딧 스프레드가 100bp 이상 축소되며 엄청난 수익을 얻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월에 시장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는 흐름에선 롱포지션을 추가하기보다는 헤지를 늘리는 데 급급했다. 3월 들어 SVB 파산 사태가 터진 이후 시장금리 급락 흐름에선 오히려 방어적인 포지션을 선택하는 증권사가 많았다. 시장금리가 워낙 급하게 빠진 데다 크레딧 리스크까지 감안해야 하다 보니 랠리에 포지션을 얹지 못했다는 진단이다.

A증권사 채권본부장은 "채권을 사려고 할 때마다 계속 뭔가 터졌다"며 "1분기에 크레딧 스프레드 축소로 다들 크게 벌다 보니 공세보다는 수세적으로 포지션을 운용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상반기에 잘 벌었는데 하반기에 크레딧 대란에 엮이면서 손실을 키운 데 따른 학습효과도 있을 것"이라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든 뭐든 여기서 크레딧으로 한 번만 터지면 올해 손익이 또 망가질 수 있다는 부담감이 다들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B증권사 채권본부장은 "증권사에선 2년 연속으로 말아먹으면 그냥 '아웃'이기 때문에 향후 몇 년을 보고 채권 투자를 한다기보다는 당장 올해 수익을 내기 위한 트레이딩을 해야 한다"며 "일단 크레딧 포지션에서 수익이 난 걸 적절한 위험관리를 통해 지키면서 가자는 생각들이 많은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역마진 상황이고 기준금리 내려갈 건 어느 정도 반영했으니 진짜로 경기가 그렇게 움직일지 확인하려 하는 것"이라며 "예전처럼 금리인하 베팅을 하면서 달리기보다는 미국이 진짜로 긴축을 멈출지를 확인하고 움직이려는 심리가 다들 강하다"라고 진단했다.



▲ 포지션 못 채운 보험사들..금리 하락 가시화되면 변수 될 수도

채권 현물 포지션 확충에 소극적이었던 건 증권사만이 아니다.

지난해 연말 유동성 위기 여파로 채권을 매도했던 보험사들은 올해 들어서도 예년보다 현물 포지션 확충 속도가 느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월까지 채권 매도를 이어가다 2월 금리 상승장에서 일정 부분 포지션을 채우긴 했지만, 3월 이후 다시 금리가 급락해 입장이 애매해진 상황이다.

보험/기금은 지난 1월 국고채권을 순매도한 후 2월 이후부터 순매수로 돌았다. 하지만 예년과 비교할 때 포지션 확충 속도가 더디하는 평가를 받고 있다.

C보험사의 한 채권운용부장은 "지금 확실한 건 금리 고점을 봤다 정도일 듯하다"며 "시장금리가 조금이라도 올라오면 계속 사 들어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시장금리가 찔끔찔끔 빠지는 상황인데, 그때는 찔끔찔끔 사는 것밖에 답이 없다"며 "보험사들이 다들 채권을 못 채우고 있어 나중에 금리가 3% 깨고 내려갈 때 결국 보험사가 이번에도 화룡점정을 찍을 것같다"라고 말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채권애널리스트는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금리가 떨어질 때 보험사가 공격적으로 매수해야 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며 "보험사의 경우 작년처럼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작년 경험 때문에 포지션을 많이 채우지 않은 게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