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부동산 PF '옥석가리기' 가능(?).."결국 시중은행이 떠안을 것" - Reuters News
서울, 4월5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최근 지방을 중심으로 시공권을 포기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옥석가리기'에 나설 수 있느냐 여부가 시장의 관심으로 떠올랐다.
부실 발생이 확실시되는 PF 사업장을 일부 정리하면서 특정 금융사의 신용위기가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는 걸 효과적으로 제한할 수 있느냐가 시장참가자들의 관심 사안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일 한 언론사가 주최한 포럼의 기조강연에서 "유동성 과잉 공급이 10년 이상 지속된 점 등을 감안할 때 아무런 구조조정 없이 부동산 PF 부실을 해소하긴 쉽지 않다"며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장기에 걸쳐 순차적으로 이행함으로써 부작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부동산 PF 사업장 5천곳 가운데 부실이 우려되는 300~500곳을 추려 개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현재 PF 대주단 협약을 통해 사업진행에 다소간의 어려움이 예상되는 곳이라도 사업 중단 없이 준공까지 끌고 가도록 유도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대주단이 대출 상환 유예나 출자 전환 등을 통해 채무 재조정을 해주는 사이 시행사와 시공사는 분양활성화 전략을 통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규제완화 덕에 급락세가 멈춘 수도권과 달리 지방 부동산 시장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어 PF 사업장 모두를 살리는 전략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8554호로 1월보다 1008호(13.4%) 늘었는데 대구 등 지방 특정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시장에선 부실이 확실시되는 사업장까지 모두 끌고 가는 데 따른 부담이 날로 커지는 상황이다 보니 일정 부분 옥석가리기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A은행의 한 자금부장은 "금융당국이 순차적으로 지방 몇 군데 사업장을 타깃으로 해서 날릴 것 같다"며 "규모가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10% 정도는 정리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장의 규모와 관계없이 신용 이벤트가 한 번 발생하면 꼬리 자르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장별 건전성 정도를 엄밀하게 구분짓기 만만치 않은 상황인 데다 정리 과정에서 일부 저축은행의 익스포저가 문제될 경우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는 건 시간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B증권사 채권본부장은 "솔직히 유동성 지원의 기준이 뒷배가 있는 쪽이냐 없는 쪽이냐로 나뉠 텐데 그러면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며 "사업장을 날리는 과정에서 저축은행 한 곳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지금 시장에 '우리는 버틸만 한다'고 생각할 곳이 어디에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저축은행이 자금을 대준 곳들 중 시공 능력이 떨어지는 곳들이 많다"며 "저축은행쪽에서 문제가 터지면서 심리가 망가지면 자금시장이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부동산 PF 부실에 증권사, 보험사, 카드사 등 제2금융권이 모두 엮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확실한 안전판은 시중은행들을 사업에 참가시켜 차환 불안을 해소시키는 것뿐이라고 시장참가자들은 밝히고 있다.
부실사업장 문제가 PF 사업장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살릴 사업장에 대해선 시중은행의 유동성 공급, 유동화증권 매입 규모를 늘리며 참여를 늘릴 수밖에 없으리라는 것이다.
민간 자율의 사업 재구조화라는 명분 아래 시중은행들이 사실상 구원투수로 등판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C은행 관계자는 "결국 감독원에선 2금융권이 일부 손실을 부담하고 은행들이 자금을 대라는 쪽으로 유도해갈 것"이라며 "일단 시중은행들은 HUG 보증이나 선순위만 들어가게 될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은행에 얼마나 떠넘기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D은행 관계자는 "지금 모두가 감독당국만 바라보고 있으니 대주단을 압박하면서 관리에 치중해야 할 듯하다"며 "이해관계자들이나 해결해야 할 게 모두 명확하니 금융당국이 결국 누군가의 팔을 비틀어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돌발적으로 이벤트가 터지는 걸 막는 게 최우선 정책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