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진단)-OPEC+ 기습 감산에 달러/원 단기 박스권 상단 단숨에 위협..배경은? - Reuters News
서울, 4월3일 (로이터) 박예나 기자 - 달러/원 환율이 2분기 시작일인 3일 예상 밖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전일비 4.3원 오른 1306.2원에 개장한 환율은 한때 1321원선까지 큰 폭 상승해 200일 이동평균선이 지나는 1320원대 상향 돌파를 저울질하고 있다. 국내 외환시장참가자들은 이 레벨을 단기 박스권 상단으로 감안하고 있다.
1분기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주말 달러가 미국과 유로존 물가지표를 소화하면서 주요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인 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주요 산유국으로 이뤄진 OPEC+의 깜짝 감산 발표가 이날 달러/원 상승을 촉발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OPEC+는 2일(현지시간) 하루 약 116만 배럴 규모의 자발적 추가 감산을 발표했다. 이 같은 결정에 시장전문가들은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이날 장 초반 유가는 약 6%대 급등했다.
미국 은행 시스템 불안 확산과 인플레이션 둔화 신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금리 인상 중단 기대가 높아지고 이에 약달러 전망도 강화됐지만, OPEC+ 기습 감산 발표 이후 이러한 기대가 일부 타격을 받는 모양새다.
인플레이션 우려 재부상 속 금리선물 시장은 5월 연준 회의에서 25bp 금리 인상 확률을 지난 주말 48%보다 높은 61%로 높였다. 또한, 올 후반 금리 인하 가능성은 축소 반영했다.
달러지수가 아시아 시간대에서 103선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달러/아시아통화는 비디시한 분위기다. 특히, 원화 약세가 가장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달까지 한국 무역수지가 13개월째 적자였지만, 에너지 수입 규모가 줄면서 지난 1월 126.5억달러로 사상 최대였던 무역 적자 규모는 2월 52.7억달러, 3월 46.2억달러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향후 유가 불확실성이 부상한 만큼 수급 긴장감은 당분간 원화 압박 재료로 영향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시장전문가는 "이번 이벤트의 유가 영향력이 중요한데 지금으로서는 유가에 지속적인 상승 재료로는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이라면서도 "유가 상승 요인이라면 원화는 물가와 무역수지 측면에서 모두 민감하기에 원화 약세에 우호적인 재료"라고 말했다.
또한, 미국과 중국 갈등 확산과 중국 경제지표 부진에 따른 위안화 약세도 오늘 원화 약세를 거들고 있다.
일본이 7월부터 반도체 제조장비 23종 수출을 제한하기로 발표한 이후 중국은 미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테크놀리지에 대해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인터넷 보안 심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오전 발표된 차이신/S&P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2월 51.6에서 3월 50.0으로 하락했고, 로이터 전망치 51.7도 밑돌았다.
역외 달러/위안은 6.9위안대로 올라섰다.
▲ 역외 매수 집중..200일 이평선 저항 주시
시장참가자들에 따르면 이날 역외 매수세가 거세다. 또한, 증권사의 달러 매수세도 가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A 은행 외환딜러는 "외은과 증권사 위주의 달러 매수세가 돋보인다"고 말했다.
달러선물시장에서 외인들은 현재 6만8천계약을 순매수 중이다.
이날 달러/원 환율이 유독 큰 폭 상승하는 데는 역외 쪽 바이가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간 포지션 언와인딩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한다.
노바스코셔은행은 1일 보고서에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주간 데이터(28일 기준)에 따르면 투기적 투자자들은 약 6주 만에 처음으로 달러 숏 포지션을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달러/원 환율의 단기 저항선 역할을 했던 120일 이평선인 1310원대 초반이 뚫리자 손절 물량이 가세했다는 진단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B 은행 외환딜러는 "최근 (달러/원)숏이 많았는데, 오늘 그에 따른 숏 커버가 있었던 듯하고, 3월 그 난리 중에도 버텼던 120일 이평선이 뚫리자 급하게 손절이 나와 환율이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주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외인 배당 역송금이 수급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관련 수급 부담이 한층 커질 수 있어 보인다.
시장참가자들이 꼽는 다음 저항선은 200일 이평선이 지나는 1320원대 초반, 그 다음은 1330원선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