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망)-공격 빌미 던져 준 파월과 옐런 - Reuters News
서울, 3월23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통화긴축 기조 중단 임박 시그널이 나온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반영하며 강세 출발할 전망이다. 전날 헤지 포지션을 늘려놓았던 국내기관들의 숏커버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장중 변동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연방준비제도가 22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정책회의를 마치고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4.75~5.00%로 25bp 인상했다.
연준은 성명에서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약간의 추가적인 정책 강화가 적절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금리의 "지속적인 인상"이 적절할 것이라는 문구는 삭제했다. 이같은 문구는 금리 인상 주기가 시작된 작년 3월16일 이후 계속 성명에 포함됐던 것이다.
이날 점도표에서 18명 중 10명의 정책위원들은 올해 말까지 25bp 추가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 12월 전망과 같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금융 부문의 위기가 신용 긴축에 영향을 미치면서 금리인상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시장에선 금융부문의 부실이 추가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5월에 한 번 더 인상할 수 있다는 신호로 읽었다. 신용 부문 위기가 악화되면 이번이 마지막 인상이 될 것이라는 데 대해서도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안정 의지가 의심받지 않게 하려다 보니 뭔가 발언이 흐름이 매끄럽지 않았다.
물가와 고용 부문에서 현재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연내 금리인하가 없을 것이라는 언급은 굳이 필요했나 싶다. 관건은 은행 위기가 향후 물가와 고용에 미칠 영향이지 그동안 연준이 경기를 어떻게 평가해 왔는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향후 은행 위기가 어떻게 실물 경기에 영향을 미칠지는 연준도 모르고 우리도 모른다. 이런 불확실한 시기에 이런 확정적인 발언은 오히려 불안의 씨를 뿌린다.
대차대조표도 마찬가지다. 파월 의장은 대차대조표 축소(QT)를 아직 변경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지만 지난 몇 주간 연준의 대차대조표가 확대되고 있다는 명백한 사실 앞에 모순을 안겼다.
이날 최대 이슈는 역시 예금 전액 보장 문제였을 듯하다.
파월 의장은 예금 전액 보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혀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상원 소위원회에 출석해 은행 예금 모두를 보호하는 방안은 강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 예금 전액 보장을 시사한 듯한 전날 옐런 장관의 발언에 힘입어 급등세를 탔던 은행주가 폭락하면서 주식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파월 의장의 이날 발언과 옐런 장관의 오락가락하는 행태는 향후 시장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면서 불안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당장 시장의 최대 관심은 현재의 은행 위기가 금융위기의 징후인지, 정책당국과 주요 시장참가자들이 위기의 전염을 막을 준비가 돼 있는지에 쏠려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이 레고랜드발 신용위기를 그나마 안정적으로 넘길 수 있었던 건 '당국의 시장안정 의지를 의심하지 말라'는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 덕택이었다. '시장참가자들이 이 기회에 소원 수리하는 것이냐'는 비아냥도 나왔지만 당국이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직진했기에 신용 위기를 돌파할 수 있었다.
미국 당국의 경우 현재 언론을 통해 제기되고 있는 '도덕적 해이' 문제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의 약한 고리 공격이 더 집요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 벌써부터 당국의 스탠스가 이렇게 흔들리면 시장 심리는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금융시스템 전반의 스트레스가 커질 수밖에 없는 안 좋은 신호다. 결국 좋은 건 암호화폐뿐일 듯싶다.
채권투자자 입장에선 고민스런 전개다. 다만 글로벌 통화긴축은 종료 단계이고, 문제가 터질 때마다 각국 정책당국이 돈을 쏟아부어 위기 확산을 막는다는 기본 전제가 달라질 건 없다.
단기물 금리의 추세적인 하락은 불가피해 보이고, 장기금리는 수급과 연계되며 다소 혼란스런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봐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