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망)-파월은 고용지표 힌트를 받았을까? - Reuters News
서울, 3월9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미국 고용지표 발표를 앞둔 대기모드로 바뀌며 레인지 등락을 이어갈 전망이다. 미국 고용지표 발표 이후 이루어질 국고채 2년물, 3년물 입찰 관련 선헤지가 추가로 얼마나 이뤄질지가 장중 변동폭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최종금리가 당초 예상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이 놀라운 결과는 아니었다. 시장은 파월 의장보다 앞서 최종금리 상향 가능성을 프라이싱하고 있었고 이번에도 파월 의장은 커브를 후행적으로 추종한 정도였다.
하지만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되는 2월 미국 고용지표 발표를 앞두고 파월 의장이 한 발 빼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게 결정적이었던 듯하다. 모든 경제 데이터의 추이를 누구보다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연준의 수장이 이미 이번주 고용지표에 대해 감을 잡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파월 의장 발언 이후 이번주 고용지표에 대한 '마음의 준비' 콜이 쏟아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다만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당시 파월 의장의 스탠스를 복기해 보면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당시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한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파월 의장은 시장과 연준 통화정책 기대간 괴리를 걱정하지 않는다며 그린라이트를 내줬다.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선언하기는 이르지만 정책기조 중단 여부는 3월까지 쌓일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히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불과 며칠 후 시장 컨센서스를 30만 명 상회한 고용지표를 파월 의장이 어느 정도 의식했다면 이렇게 간과 쓸개까지 빼주진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에선 어차피 가만히 놔둬도 지표를 보고 깨질 시장이었기에 파월 의장이 이런 발언을 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는데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건 마찬가지다.
파월 의장은 8일 하원 청문회에선 이달 FOMC 회의 결정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주말과 다음주 초반에 나올 고용, 물가지표가 이달 FOMC 회의 결정의 가장 중요한 변수임을 부인할 수 없을 듯하다.
그렇다 해도 파월의 밑밥에 찜찜한 마음이 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롱이 강하게 붙기 쉽지 않을 듯하다.
우리와 비슷한 입장의 캐나다중앙은행(BOC)은 8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4.50%에서 동결했다. 캐나다는 지난해 3월부터 총 8차례 인상을 통해 금리를 4.25%p 올린 뒤 지난 1월 과도한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을 중단할 필요성을 밝혔고, 이날 실제로 금리 동결에 나선 것이다.
미국의 긴축 재가속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BOC는 일단 물가 하향 안정, 경기 둔화 우려 등에 방점을 찍으며 제 갈길을 가는 모습이다. 캐나다 물가는 지난해 6월 최고 8.1%까지 올랐다가 올해 1월에는 5.9%로 내려앉았다. BOC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올해 중반까지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대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날 캐나다 달러가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치까지 밀리면서 미국과의 금리차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결국 달러화 강세가 어디까지 진행되느냐의 문제다.
국내 통화당국도 웬만해선 갈 길 갈 가능성이 농후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한국은행을 포함해 다수의 전문가들은 국내 물가상승률이 2분기에 3%대로 내려설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통화당국의 긴축 정책을 무력화하는 온갖 종류의 유동성 지원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결국 우리도 달러/원 환율 수준에 달렸다.
한편 한은은 이날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발표한다. 글로벌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커진 현 시점에 한은의 스탠스를 가늠해볼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