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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물가 3% 수렴에도 인상(?)..연준 긴축 재가속화 전망에 고민 깊어지는 금통위 - Reuters News

폴라리스한 2023. 3. 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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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3월8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향후 기준금리 인하 논의를 위한 조건으로 '연말 물가 3%대 초반 도달 확인과 2% 목표 수준 수렴 확인'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당장 채권시장참가자들의 계산식은 오히려 복잡해질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50bp 기준금리 인상 경로로 복귀할 가능성이 거론되며 미국의 최종금리 수준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국내 물가의 2% 목표 수준 복귀에 대한 확신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미 금리차 확대에 대응한 금리인상 필요성이 부각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어떻게 포지션을 구축할 것이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 국내 물가, 2~3분기 중 2%대 진입 가능성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면서도 "일단 연말까지 3%대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그 다음에 물가 상승률이 장기 목표치 2%대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면 그때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당장은 기준금리 인하 논의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물가상승률이 한은의 전망 경로대로 연말에 3% 초반까지 하향 안정화될 경우 정책 기조 전환을 고민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분명히 밝힌 것이다.

하지만 물가 하락 경로에 대해선 이견도 적지 않다.

당초 올해 물가의 최대 변수로 꼽혔던 공공요금 인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가스, 전기요금 급등으로 지지율 급락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던 윤석열 정부가 상반기 주요 공공요금 동결 기조를 밝히면서 물가 하락 속도가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등의 대규모 적자 이슈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 전기, 가스 요금도 공공요금 동결 움직임에 포함될지 미지수지만 인상분을 최소화할 가능성은 커진 상황이다.

중국의 리오프닝에도 국제유가 등 원자재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고금리에 따른 소비와 부동산 시장 둔화, 재고 누적에 따른 가격 할인 압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물가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노무라는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2분기 중에 3%대에 진입한 후 3분기엔 2%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고 씨티은행은 물가상승률이 4월에 3%대를 찍은 후 6월에 2.4%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

한은은 지난 2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상반기 물가상승률을 4.0%, 하반기 물가상승률을 3.1%로 예상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함께 3월부터 유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하면서 3월 이후 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질 것임을 감안한 숫자다.

하반기 물가상승률 평균이 3.1%라는 것도 국내 물가가 연말까지 한 방향으로 서서히 떨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한은 관계자는 설명했다.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순차적으로 반영되며 유가 등이 지속적인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물가상승률이 연말 3% 초반까지 가는 과정에서 진폭을 키우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물가상승률이 2%대로 떨어졌다가 다시 3%대 위로 반등하는 경로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한은은 공급측 요인에 따른 기저효과로 물가상승률이 특정 수준을 터치하는 데 큰 의미를 두기보다 수요측 물가압력을 주로 반영하는 근원품목의 추이 변화에 집중할 전망이다.



▲ 물가 3% 수렴 과정에서 연준 긴축 재가속 맞닥뜨릴 가능성

하지만 현재 채권시장참가자들의 관심은 기준금리 인하의 조건이 아니다.

국내 물가가 한은의 전망 경로에 부합해 움직이거나 그보다 빠르게 떨어지는 상황이라 해도 미국의 최종금리 수준이 크게 상향 조정될 경우 금통위의 향후 행보를 예측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7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파월 의장은 최근 지표가 예상보다 강했다며, 최종금리가 예상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향후 지표에 따라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금리 인상 속도를 다시 높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이 50bp 빅스텝 재개 가능성을 고용, 물가 등 주요 지표 발표 전에 선제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시장은 충격을 받았다. CME 페드와치에 따르면 파월 의장 발언 전 3월 기준금리 25bp 인상 확률을 69%로 반영하던 시장은 이날 발언 이후 69%로 3월 50bp 인상 확률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지금처럼 견조한 고용 증가세가 이어진다면 당장 물가가 하락하더라도 언제든 다시 급등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게 연준 위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만약 1월에 이어 2월에도 미국의 비농업부문 신규 취업자수가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하면 최종금리로 6% 이상이 가능해질 있다는 주장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연준이 이달과 5월, 6월에 이어 하반기까지 추가로 정책금리를 인상하거나 이 과정에서 다시 50bp 인상 카드를 꺼내드는 시나리오라면 한미 금리차는 200bp 이상으로 크게 벌어지게 된다.

금통위 입장에선 한미 금리차 확대에 따른 환율 불안 가능성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데, 2분기에 낙폭을 키울 것으로 예상되는 물가상승률이 선택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다.

A국내은행 채권딜러는 "국내 금리는 미국 통화정책이 조금만 되돌려지는 기미만 보여도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는 여건인데 그게 예상만큼 쉽지 않은 듯하다"며 "이번 미국 고용지표는 단순 숫자보다 앞으로도 고용이 견조하게 유지될 거라는 확신을 주느냐가 관건인데 만약 예상 경로대로라면 최종금리 6%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6%를 가면 우리도 최소 4%까지는 쫓아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인식이 생길 것"이라며 "금통위가 실제로 기준금리를 4%까지 올리기는 쉽지 않을 수 있겠지만 시장은 일단 반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B국내은행 스왑딜러는 "미국채 10년물 금리 4%가 현재 방어선이 되고 있는데 여기서 리얼머니들이 많이 샀기 때문에 고용지표 발표와 함께 이 선이 뚫리면 단기적으로 크게 밀릴 수 있다"며 "미국 통화정책과 관련해선 금리차 자체보다 달러/원 환율이 1350원 이상으로 올라가느냐가 관건일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금통위 입장에선 달러 강세에 따른 환율 상승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외환당국자 입장이라면 공격당할 여지를 줘선 안 된다고 판단할 것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