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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커지는 韓 WGBI 연내 편입 의구심..유로클리어·FX제도 변화 체감까지 물리적 한계 - Reuters News

폴라리스한 2023. 2. 2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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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월16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당초 상수로 여겨졌던 한국의 연내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 정부가 외국인 채권 투자 비과세와 제3자 FX시행 등 WGBI 조기 편입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연달아 내놓았지만 시장참가자들이 변화를 체감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FTSE러셀이 올해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당장 유로클리어 등 국제예탁결제기구(ICDS)와 연계한 국채통합계좌의 개설조차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한국의 WGBI 편입 발표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깐깐'해지는 FTSE러셀..제도 개선 성과 확인 후 결정

업계에 따르면 FTSE러셀은 최근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한국의 3월 WGBI 편입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한국의 WGBI 편입 시점은 한국 정부가 발표한 제도 개선안이 투자자들의 시장 접근성을 실질적으로 제고했음을 확인한 이후 이뤄질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FTSE러셀이 최근 글로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시장 접근성을 서베이한 결과에서도 대다수가 지난해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는 답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FTSE러셀은 투자자 서베이 결과를 바탕으로 국가별 시장 접근성을 평가하는 자문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WGBI 편입 여부를 결정한다.

FTSE러셀은 지수 운용을 위해 국가를 분류할 때 국가별 시장 접근성을 레벨 0~2로 구분하고 레벨 2 국가만 WGBI에 편입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시장 접근성이 레벨 1이었던 한국은 지난해 9월 관찰대상국에 등재되면서 향후 시장 접근성 레벨 상향 가능성이 있는 국가로 평가받게 돼 3월부터 WGBI 공식 편입이 가능한 레벨 2 국가로의 등급 상향 여부를 심사받을 수 있다.

현재 FTSE러셀이 한국의 3월 WGBI 편입 가능성을 낮게 보는 건 시장 접근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의 WGBI 편입을 위해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평가됐던 유로클리어 국채통합계좌의 개설조차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지난해 유로클리어와 양해각서(MOU) 체결을 완료했지만 아직 계약 세부내용을 확정하지 못한 데다 전산시스템 개발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유로클리어 계좌가 개설된다고 해도 안정성 테스트를 완료하고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데 상당한 기한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지난 2009년 한국 정부가 WGBI 편입을 추진할 당시에도 외국인 채권투자자 비과세 조치후 유로클리어 계좌까지 개설했지만, 역외투자자들의 적극적인 활용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는 당시 WGBI를 책임지고 있던 씨티위원회가 한국의 지수 편입을 지연했던 결정적인 이유였다.

중국의 경우 유로클리어 개설과 활성화라는 단계 없이 WGBI 편입이 이뤄졌다. 하지만 중국의 WGBI 편입 이후 투자자들이 보였던 불만 등을 감안할 때 FTSE러셀이 한국에 또 한 번 예외를 인정해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A외국계은행 트레이딩헤드는 "유로클리어 계좌가 개설된다고 해도 충분한 테스트 기간을 거쳐야 하는데 이후에 활성화 과정이 또 지난하다"며 "실제 채권을 역외에서 인도가 되는 채권을 거래하려면 귀찮은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첫 단계에서 흥행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역외 손님들 입장에선 채권의 경우 기존 계좌를 이용하고 투기 목적 거래는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을 활용하는 게 편할 것"이라며 "유로클리어 계좌 활성화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클리어 국채통합계좌의 활성화가 WGBI 편입을 위한 전제조건은 아니지만 시장 접근성 개선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인 만큼 향후 WGBI 편입 결정에 있어 핵심 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외환제도 개편에 따른 시장 접근성 제고 여부도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외환당국은 이달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해 외국인투자자가 투자전용계정을 통한 추가 계좌 개설 없이도 수수료가 저렴한 은행과 거래할 수 있도록 이른바 '제3자 FX'를 즉각 허용하기로 했다.

제3자 FX는 국내 시장 접근성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며 글로벌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요청한 것이다. 정부는 다른 외환제도 개선방안을 내년 하반기에 실시하기로 하면서도 제3자 FX는 즉각 시행하기로 하며 WGBI 조기 편입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제3자 FX가 국내 시장에서 완전하게 안착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외환시장 제도 개선의 근간이 되는 주요 변화를 체감하는 건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해 당장 국내 시장의 접근성이 제고됐다는 투자자 평가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

B외국계은행 관계자는 "FTSE러셀의 공식 입장은 제도개선이 이뤄지고 그에 대한 투자자들의 긍정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내놓은 제도개선안에 대해 시장참가자들이 변화를 체감하기까지 걸릴 시간을 감안하면 현 시점에서 9월에 WGBI 편입이 발표될 가능성은 50% 정도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 내년 미뤄져도 정부 스탠스 유지될까?

당장 WGBI 편입을 원하는 정부와 제도개선에 따른 시장의 반응을 충분히 확인한 후 결정에 나서겠다는 지수위원회의 줄다리기는 10여년 전에도 있었다.

당시 WGBI를 책임지고 있던 씨티위원회가 유로클리어 활성화 문제 등을 이유로 최종 결정을 미루는 사이 달러/원 환율 급락세가 나타나면서 한국 정부가 편입 추진 의사를 철회하기도 했다.

시장에선 한국의 연내 WGBI 편입이 무산되고 달러/원 환율이 급락세로 돌 경우 이전 사태가 반복되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C외국계은행 트레이딩헤드는 "이전에 추진할 때도 기재부 국채과에선 정책 되돌림은 절대 없다며 호언장담했지만 환율이 급하게 움직이니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았다"며 "지금 정부가 그때와 달리 적극적이라고 하지만 달러/원 환율이 1100원, 1000원을 깨는 분위기에서도 변화가 없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외인 선물매도를 WGBI 편입에 대한 기대감의 일부 되돌림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외국인 입장에선 미리 사서 기다리면 어차피 중간에 WGBI 편입 이슈가 대기하고 있어 하반기 금리인하까지 버틸 수 있는데 WGBI 기대감이 훼손되면서 계산식이 달라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재부는 향후 유로클리어 활성화와 투자자들의 인식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런던에서 FTSE러셀에 외환시장 구조개선 계획을 설명하고 대략적인 시행 시점도 소개했다"며 "FTSE러셀측에서 WGBI 편입 시점과 관련해 언급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유로클리어 활성화와 투자자들의 인식 제고를 위해 노력함으로써 WGBI 편입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