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망)-진퇴양난 금통위 - Reuters News
서울, 2월22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미국 국채금리 급등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하루 앞둔 데 따른 경계감에 약세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여전히 3년물 기준 3.7% 수준에서 반발매수세가 유입되며 장중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장의 분위기는 확실히 '더 높은 금리가 더 오래' 지속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S&P 글로벌이 발표하는 미국의 2월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가 8개월 만의 최고치인 50.2(1월 46.8)까지 상승한 것으로 확인된 뒤 미국 국채금리 상승폭이 확대됐다.
현재 연방기금금리선물은 금리가 7월 5.36%까지 상승한 뒤 연말 5.18%를 가리킬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하고 있다.
연준이 앞으로 세 번까지 추가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 속에 글로벌 달러 강세가 나타나면서 금통위 회의를 하루 앞두고 달러/원 환율도 1300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원들 입장에선 환율 안정에 좀 더 무게를 둔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을 느낄 수밖에 없다. 3개월 점도표에서 3.75%를 열어두고 가야 한다는 금통위원 숫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금통위가 환율만 볼 수도 없고 환율만 봐서는 안 되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환율 수준이 1월보다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당초 상반기 1350원대 전후가 시장의 컨센서스였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서 확인한 것처럼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표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의 대출금리 인하 압력이 표면화된 상황에서 금통위가 강력한 매파 커뮤니케이션을 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전날 정부의 대출금리 인하 압력과 통화정책간 상충에 대한 질문에 이 총재가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더구나 전통적인 포워드 가이던스라 할 수 있는 경제전망도 매파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더하는 부분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경기가 예상보다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국내 경제 전망은 더 암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경제의 알파와 오메가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 업황 부진이 결정적이다. 반도체 부분을 걷어내고 보니 대중국 무역 부문에 딱히 기댈 곳이 보이지 않고 있다. 더구나 사드 사태 당시와 달리 중국이 한국을 향한 '조용한 보복'에 나서고 있다는 징후도 여러 측면에서 관측되고 있어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국내 성장 제고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관건은 물가다.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3월부터 본격적인 하락세를 보이다가 연말에 3%대에 근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환율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확실성 요인이 많다 보니 1월 금통위 때보다는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내일 금통위 회의에서 이창용 총재가 한 쪽으로 쏠리는 발언을 내놓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미 금리차 확대가 문제되고 있고 나름 중요하게 보는 요인이지만 경기 불확실성이 큰 상태라 그것만 볼 수는 없다는 접근이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과 달리 국내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위에서 버퍼를 키워왔다.
달러 강세의 지속 여부가 금리의 방향성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물리적으로 더 오르기 쉽지 않은 수준까지 온 게 사실이다.
글로벌 달러의 방향이 바뀌는 순간 국내 금리 하락 속도는 다른 어떤 곳보다 빨라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접근해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