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유동성 확보 요원한 KOFR 선물..CD금리 폐기 없는 단기지표 병행 한계 - Reuters News
서울, 2월14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2월 개설한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 선물이 시장참가자들의 무관심 속에 고사 위기에 빠졌다.
KOFR 자체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와 차별화하지 못한 채 시장 안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KOFR을 기반으로 한 선물시장의 활로 역시 찾기 쉽지 않으리라는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 유동성 확보 요원한 KOFR 선물..CD선물 전철 밟나
KOFR은 익일물 국채·통안증권을 담보로 한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출되는 금리다. 2012년 리보 조작사건 이후 세계 주요국이 무위험지표금리(RFR)를 개발하자 한국도 지난 2021년 KOFR를 선보였다. KOFR는 대체지표금리로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와 함께 대출, 채권, 파생거래 등 금융계약의 준거금리로 활용된다.
거래소는 지난해 3월28일 KOFR 선물을 상장했다. KOFR 선물은 이렇다 할 헤지수단이 없었던 단기금리시장의 거래효율성을 높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시장 개설후 1년여가 지난후 성적표는 초라하다. 거래소에 따르면 KFOR 선물의 지난해 월별 거래량은 3500계약에 그쳤다. 지난해 7월 1만1000계약이 이뤄지며 거래량이 급증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거래량이 미미했다. 일별 기준으로 보면 하루에 한 거래도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자주 확인된다.
기초자산이 없는 상황에서 선물이라는 파생상품이 먼저 나왔다는 게 문제였다.
KOFR을 기반으로 한 상품이나 대출이 전무한 상황에서 파생상품인 선물시장이 먼저 조성되다 보니 초기 수요를 찾기가 만만치 않았다. 시장 조성자도 제대로 모집 안 된 상태로 급하게 상장이 이뤄진 후 막상 거래 부진이 장기화되니 시장참가자들의 관심도 빠르게 식었다.
A은행 스왑딜러는 "KOFR 선물은 아예 시장 형성이 이뤄지지 않은 모습"이라며 "기초자산으로 뭐라도 있어야 헤지를 생각해볼 텐데 하루짜리 KOFR 금리만 있는 데다 관련 대출도 많지 않다 보니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통화정책 주기상으로도 KOFR 선물의 사용성은 당분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내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가운데 당분간 기준금리 동결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픽싱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KOFR 사용 유인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현재 상황이 장기화되면 KOFR 선물이 CD금리 선물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1999년 옛 선물거래소가 상장했던 CD금리 선물은 거래 부진으로 2007년 말 상장 폐지된 바 있다.
시장에선 오버나잇 지수 스왑(overnight index swap, OIS) 등 기초자산 거래가 활성화될 경우 선물을 통한 헤지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KOFR 기반의 OIS 거래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결국 CD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시장참가자들이 CD 기반 거래에 익숙해져 있고 KOFR 활용이 선택사항인 만큼 당장 관련 상품의 활성화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B국내은행 FICC팀장은 "KOFR 선물은 금리 베팅이 아니라 헤지가 주목적이 될 수밖에 없는데 기초자산이 부족하다"며 "RP로 자금을 조달하는 증권사의 헤지가 유일한 수급 요인일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CD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KOFR이 함께 살아남을 수는 없다"며 "KOFR을 사용했을 때 CD를 사용한 것보다 불편한 게 없어야 하는데 현 시점에선 KOFR이 비집고 들어올 룸이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CD와 KOFR 일원화 로드맵 나와야"
시장에선 결국 CD금리와 KOFR로 이원화된 지표금리체계를 일원화하지 않고는 해결책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보 고시 중단 일정이 확정되고 국내 금융당국이 리보 금리를 사용한 신규 파생상품 계약의 중단을 결정한 다음에야 국내 은행들이 SOFR(국채 담보 익일물 RP 금리) 기반 거래를 위한 주요 조건들을 확정하고 대비에 나선 것처럼, CD금리 폐기를 위한 로드맵이 나와야 KOFR 관련 거래가 활성화될 여지가 생긴다는 주장이다.
C외국계은행 자금부장은 "다들 SOFR로 간다고, 리보금리는 사라질 것이라고 이야기했지만 구체적인 일정이 제시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며 "CD금리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이행계획이 세워져야 KOFR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처럼 가면 KOFR은 결국 코리보 금리처럼 사라질 수밖에 없다"며 "당국이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면서 KOFR로의 전환을 중장기적으로 이끌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