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망)-'좋은 레벨에서 잘 사자' - Reuters News
서울, 2월14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미국 물가지표 발표를 앞두고 제한적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국고채 3년물 기준 3.5% 저항선에 기댄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의 랠리는 말 그대로 외국인이 주도했다. 역외기관들의 이자율스왑(IRS) 리시브와 국채선물 매수세가 집중되는 동안 연초만 해도 3.8%에 달했던 3년, 10년물 금리가 3.1%대 초반까지 급하게 떨어졌다.
1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기점으로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급하게 수면 위로 떠오르며 변동폭을 키웠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포지션을 확충해 나가도 문제가 없으리라고 봤던 다수의 국내기관 운용역들은 쓰린 마음을 달래야 했다.
지난해 말 신용물을 채워서 넘어왔던 증권사나 금융당국의 손비틀기에 억지로 채권을 채웠던 은행들이 수혜자로 등극했다. 다만 다수 은행들은 듀레이션이 짧은 채권 위주로 포지션을 채웠기에 목이 말랐다.
반면 보험사 등 장기투자기관은 이 시기에 오히려 곳간을 비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크레딧 스프레드가 지난해 말보다 워낙 극적으로 줄어들었기에 증권사들의 주머니는 여전히 두둑한 상황이다. 시장금리와 조달금리 역전에 따른 역마진폭이 줄면서 운용에도 한결 여유가 생겼다.
그동안 포지션을 애매하게 채워놓았던 기관들은 랠리에 소외됐다는 부담도 떨어내면서 향후 도래할 금리 하락장에 대비할 기회가 생겼다며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
시장금리가 저점 대비 30bp 올랐지만 시장 전반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 이유다. 지금 시장은 '좋은 레벨에서 잘 사자'는 분위기다.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컨센서스보다 다소 높게 나오면서 채권시장이 조금 더 밀려주길 바라는 이들도 적지 않다.
현재 미국의 1월 물가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는 전년 동월대비 6.2% 상승이다. 작년 12월 미국 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6.5% 올랐다. 헤드라인 물가상승률이 컨센서스보다 높고 작년 12월 수준 내외일 경우 미국 국채시장은 5월 기준금리 인상까지 최대치로 반영하며 추가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
포지션을 아직 충분히 채우지 못했고 채권 매수를 준비하는 기관 입장에선 이 시나리오가 가장 매력적일 것이다. 미국 물가지표 발표와 함께 한 번 더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그때가 매수 기회라고 보는 것이다.
다만 미국 물가상승률이 6.5%를 크게 상회하는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 마치 50만명 취업자수를 받아들었을 때처럼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면서 데이터 처리에 시간이 걸리게 된다. 물가 하향 안정이라는 대전제가 흔들릴 정도의 숫자가 나온다면 경제전망에 드리워진 불확실성을 시장이 반영하는 시간을 감안해 움직여야 한다.
미국 물가상승률이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할 가능성도 물론 배제할 수 없다.
1월 고용지표가 워낙 큰 폭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했던 만큼 시장의 물가지표 경계감도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1월 물가지표의 계절조정과 가중치 변경 때문에 예상밖 숏 서프라이즈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가격에 반영해 왔다.
이 때문에 미국 물가지표 발표에서 '롱 서프라이즈'가 나올 경우 그동안 매수 타이밍을 조율했던 기관들이 급하게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
일단 오늘은 그동안 과하게 반영됐던 숏 서프라이즈 가능성을 일부 되돌리는 흐름이 예상된다.
물가상승률이 중앙은행의 심기를 거스리지 않는 수준까지 떨어지며 금리인상 사이클의 종료가 확실해지는 시점까지는 결국 이번과 같은 변동성 흐름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딜러들 입장에선 '당장 랠리가 펼쳐져도 끝난 건 아니다'라는 교훈을 얻은 연초 움직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