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망)-커뮤니케이션 수렴해가는 한미 통화당국 - Reuters News
서울, 2월8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2월 고용지표 호조에도 이렇다 할 매파 스탠스를 보여주지 않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발언을 재료로 강세 출발할 전망이다. 장중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매, 달러/원 환율 움직임 등을 재료로 변동폭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의 워싱턴 이코노믹클럽 발언이 비둘기파적이었던 건 아니다.
그는 고용이 예상보다 강한 만큼 서비스 인플레이션 둔화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향후 데이터에 따라 지난해 12월 밝혔던 점도표보다 금리를 더 올려야 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올해 인플레이션이 상당하게(significantly) 감소할 것"이라며 통화당국이 물가와의 전쟁에서 성과를 내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지난 2월 FOMC 회의 당시 디스인플레이션이라는 표현을 11번 썼는데 고용보고서를 받아든 다음에도 또 쓸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확실히(certainly) 쓰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물가가 예상 경로를 상회하면 정책 경로가 달라질 것이라면서 물가 안정에 대한 확신을 내비친 셈이다. 물론 물가가 예상 경로를 하회했을 때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이유는 분명하다.
이쯤되면 파월 의장의 스탠스는 분명해지는 듯하다. 시장이 다소 성급하게 먼저 달린다고 해도 매파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면서 급하게 견제구를 날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기대 인플레이션의 안정에 대한 믿음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경제지표가 한 번 무섭게 나오거나 시장이 성급한 랠리를 펼칠 때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매파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기대 인플레이션을 관리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책금리가 이미 긴축적인 수준에 들어서 '시간의 힘'으로 경기를 압박할 수밖에 없다는 점, 물가도 어느 정도까진 하향 안정화되리라는 전망이 확고히 자리잡고 있다.
국내 사정 역시 마찬가지다. 전날 서영경 금융통화위원이 밝힌 대로 현재 국내 통화정책은 긴축적 수준이고 경기 불확실성은 큰 상황이다. 임금상승에 따른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우려만큼 크지 않아 기대 인플레이션 안정을 위한 매파 커뮤니케이션의 편익도 제한적이다.
국내 통화당국은 앞으로 상당 기간 긴축 기조를 이어간다는 입장을 고수하겠지만 결국 중요한 건 데이터라는 원론적인 입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기준금리가 이미 긴축적인 수준에 들어선 현재 상황에선 향후 물가와 경기의 둔화 속도에 따라 금통위원들의 선택이 달라지게 된다는 점이다.
그럼 통화정책 기조의 변화를 가능하게 할 지표의 수준, 속도 변화의 척도는 무엇이냐는 질문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리인하의 자세한 조건에 대한 답변을 피한다면 모르겠지만 성향상 그러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1월 금통위 회의의 반복이다.
시장참가자 입장에선 불확실성을 감안하고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수익을 낼 수 있다.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예상되지만 큰 방향에서 금리 하락 쪽으로 더 열려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같은 대내외 환경을 감안하면 이보 전진했다가 일보 후퇴하는 식의 전개가 당분간 이어지면서 금리 레인지를 형성하는 과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시장이 강해질 땐 제한적으로, 밀릴 땐 좀 더 적극적으로 포지션을 채워가면서 단계적 금리하락 국면에 대비해 나가는 게 현 시점에선 가장 유효한 전략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