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주금공·한전 연이은 외화채 발행 연기..환율·선물환 대기물량에 달린 크로스 향방 - Reuters News
서울, 2월1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올해 들어 3년 이상 스왑베이시스가 플러스로 반전하는 등 외화 조달 비용이 늘어나는 가운데 원화 조달 여건이 급격히 개선되면서 당초 외화채권을 발행하려 했던 기관들이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부채스왑 플로우가 바닥을 보이고 있는 만큼 현재 대기하고 있는 선물환 매도물량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향후 통화스왑(CRS) 금리 변동폭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주금공 이어 한전도 외화채 발행 연기..베이시스·원화채 발행 여건 변화 영향
IB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는 다음주 초로 예정했던 외화채 발행을 일단 연기하기로 했다. 현 시점에선 외화 조달시장보다 원화 조달시장을 이용할 때 더 높은 환산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전채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원화채권시장의 '미운 오리 새끼'로 분류됐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대규모 비용 증가로 대규모 잉여금 훼손이 불가피해진 한전이 원화채권 발행을 늘리면서 크레딧물 스프레드 확대의 주범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시장 안정 의지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둔화 전망 속에 크레딧물 투자 열풍이 불면서 한전채 수요는 올해 들어 급격히 증가했고 발행 금리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한전은 원화 조달 수요가 지금처럼 강한 시점에 굳이 외화 조달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판단 아래 당분간 '숙고 모드'를 이어갈 방침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도 이미 지난주로 예정했던 유로화 표시 커버드본드 발행을 연기한 상황이다.
주금공은 당초 5억 유로 규모의 외화채를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일단 2월엔 달러화 표시 외화채 발행에 집중하기로 했다.
주금공은 지난해부터 통화스왑(CRS) 금리가 급등세를 이어오면서 외화 부채 현금흐름을 원화 부채 현금흐름으로 바꿀 때의 비용이 크게 늘어난 데 대해 부담을 느꼈다.
물론 주금공은 올해 안심전환대출과 특례보금자리론 지원을 위해 대규모 자금 조달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외화채 발행 역시 올해 내내 시도할 예정이다.
이달에도 당초 20일로 예정했던 달러화 표시 외화채 발행 시점을 6일 또는 7일로 당겨서 잡았다. 6일과 7일은 원래 한전이 외화채 발행을 위해 기재부와 협의해 잡았던 윈도우다.
최근까지 대외 불확실성 대비라는 논리 아래 가격을 불문하고 외화 조달에 열을 올렸던 국내기관들이 신중한 스탠스로 돌아선 상황이다.
국내기관의 한 발행담당자는 "시장 모니터링은 계속 하고 있는데 원화 조달 금리 대비 환산수익률에서 차이가 나다 보니 지금 외화채 발행을 추진하는 건 부답스럽다"며 "크로스 금리와 원화채 발행 상황 등을 보면서 결정해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자산스왑 수급이 관건..환율 방향 잡히면 선물환 플로우 움직일 듯
이달 초 주금공의 달러화 표시 외화채 발행 이후엔 일단 연초 부채스왑 파이프라인도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는 게 시장참가자들의 분석이다.
이 경우 연초 CRS 금리 상승폭이 워낙 컸던 만큼 일정 부분 되돌림이 나타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관건은 자산스왑 수급이 얼마나 받쳐주느냐다.
보험사들이 신규 자산스왑 주문을 멈춘 상황에서 시장참가자들이 주목하는 건 선물환 플로우다. 조선업체들의 선물환 매도 플로우는 지난해 하반기 달러/원 환율 급등 시점에 급격히 줄어들었다.
달러/원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으며 조선사들에 대한 국내은행들의 신용 공여 한도가 대부분 소진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부터 달러/원 환율 낙폭이 커지면서 현재 조선사에 신용을 다시 제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행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1450원대였던 달러/원 환율이 예상보다 빠르게 1230원대까지 하락하면서 조선사들이 선물환 매도에 나서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수준에서 환율이 반등하거나 환율이 추가로 하락할 것이라는 분명한 시그널을 확인해야 조선사들이 움직일 수 있으리라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B국내은행 운용팀장은 "작년에 조선사들과 거래를 거의 못했는데 지금은 몇 군데를 빼고는 거의 라인이 회복된 상황"이라며 "하지만 최근 환율이 너무 급락하는 바람에 손님들이 타이밍을 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이 1230원에 받쳐지다 보니까 조금 더 튀기를 바라면서 대기하고 있는 듯하다"며 "작년부터 이야기되던 플로우가 있었는데 작년 마진 체계 대비 현재 환율이 너무 낮다 보니 실무자가 의사결정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 장 끝나고 1236원에서 문의가 들어왔는데 환율이 바로 되돌림하며 무너지니 문의했던 곳들이 쏙 들어갔다"며 "일단 FOMC 이벤트 뒤에 환율이 튈 걸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한데 위로든 아래로든 방향이 확실히 잡히면 물량이 나올 듯하다"고 전망했다.
C국내은행 스왑딜러는 "라인은 다 열렸는데 선물환 주문은 들어오지 않고 있다"며 "가격문의는 있었는데 환율이 너무 급하게 많이 떨어졌고 1230원에서 지지되다 보니 결정을 못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베이시스와 상관없이 부채스왑을 하는 기관들 때문에 금리가 천정부지로 올랐는데 이들 기관의 스탠스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며 "여기서 자산스왑 수급이 다시 회복되면 베이시스가 일정 부분 돌아갈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스왑베이시스 역전폭이 다시 확대되면 국내기관의 외화채 발행 시도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선물환 관련 오퍼가 주로 짧은 테너에서 이뤄지는 걸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물환과 부채스왑이 주로 나오는 테너를 감안할 때 향후 크로스 금리의 방향성보다는 수익률곡선에 좀 더 영향을 미칠 재료라는 지적이다.
D국내은행 스왑딜러는 "부채스왑은 되도록이면 5년을 하고 싶어하는데 선물환은 나온다고 해도 2,3년 테너고 라인 문제로 밀렸던 것을 감안하면 더 짧아질 수도 있다"며 "크로스 커브가 서는 쪽으로 작동할 수는 있지만 선물환 때문에 베이시스가 엄청나게 빠질 것같지는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