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망)-나락 치닫는 부동산 시장과 금리 - Reuters News
(채권/전망)-나락 치닫는 부동산 시장과 금리 - Reuters News
서울, 1월27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미국 경제지표 호조 여파로 소폭 약세 출발한 후 장중 레인지 등락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뚜렷한 방향성 재료가 보이지 않는 만큼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매, 주가 동향 등에 연동하며 변동성을 보일 전망이다.
미국에서 고무적인 4분기 성장 지표가 나왔다. 미국의 4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연율 2.9%로 발표돼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치(2.6%)를 크게 상회했다. 다만 재고투자의 기여도가 3분기 -1.2%에서 4분기 1.46%로 급등하는 등 지속가능하지 않은 요인이 크게 작용했고 개인소비의 모멘텀은 오히려 떨어졌다.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도 3분기 4.8%에서 3.2%로 내려왔고 근원 PCE는 4.7%에서 3.9%로 하락했다.
4분기 GDP 지표를 놓고 시장에선 연착륙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환호하는 모습이다. 경기둔화는 불가피하지만 그 속도는 완만할 수 있음을 확인시켜준 데다 인플레이션은 뚜렷한 둔화 추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고공행진을 이어간 주식시장과 달리 채권시장은 소폭 밀렸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코앞에 닥쳤는데 주가가 워낙 고공행진을 하다 보니 경계심리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전과 비교할 때 채권시장의 분위기는 분명히 달라졌다. '턴어라운드'를 확실히 보여주는 물가 지표가 쌓이면서 시장의 '혹시나'가 '역시나'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의 설레발 때문에 연준이 고삐를 죄는 행보를 보이더라도 데이터가 가리키는 큰 방향에 변화가 없다면 금리 상승은 제한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국내 채권시장은 일단 소강 상태다. 대내외 증시가 경기 연착륙이라는 희망에 들뜬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니 당장 '경기둔화' 테마로 더 밀어붙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채권투자자들이 유심히 지켜볼 건 경기와 물가 지표만이 아니다. 역대급 거래 절벽과 가격 하락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은 물가의 하향 안정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현 시점에 가장 큰 변수다.
정부의 대규모 규제완화 덕에 수도권 매수심리가 살아난다는 기사들이 쌓이고 있지만 실상은 그나마 남아 있는 급매수 수요의 소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현재 부동산 가격과 금리대에서는 큰 빚을 지고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다. 정부가 둔촌주공아파트의 청약을 살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가했음에도 일반분양 정당계약률이 70%(추정)에 그친 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살리려다 보니 지방 부동산 시장부터 나락으로 치닫고 있다. 그나마 여력이 있는 수요가 서울과 수도권에서 대기를 타게 되면 지방 부동산 시장부터 자금이 마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부동산 가격의 거품이 꺼지기 전에 해결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권 때처럼 '빚내서 집사라'고 나팔을 불 것인가?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이 정권이 그 유혹을 뿌리칠 수 있겠느냐가 관건이다.
희미하게 방향성은 보이고 있다. 전날 주택금융공사가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를 당초보다 50bp 인하한다고 밝혔다. 특례보금자리론을 9억원 이하 주택 매수자에게 소득제한 없이 공급한다는 것은 분명 특례다. 정부가 '돈 대줄 테니 집사라'고 하는 식이다.
하지만 4%대 특례보금자리론 금리가 얼마나 많은 부동산 수요를 부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부동산 시장의 빙하기가 계속되면 결국 정치권이 먼저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설 것이라는 게 시장참가자들의 전망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는 없으니 지금은 명분을 쌓는 시간이 될 수 있다. 경기와 물가 지표가 그래서 중요하다.
시간은 결국 롱의 편이라고 많은 이들이 믿고 있을 듯하다. 미국 FOMC 회의까지 소강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이 밀릴 때마다 매수로 접근하는 전략이 편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