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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한국은행 연내 기준금리 인하 시나리오와 세 개의 변수 - Reuters News

폴라리스한 2023. 1. 1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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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월19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기점으로 통화정책 긴축 기조의 전환을 위한 조건을 조금씩 내비치면서 채권시장의 초점도 '인상 사이클의 최종 기준금리 수준'에서 '금리 인하 시점'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시장에선 이 총재가 현재 기준금리 수준에서 통화 긴축 시그널을 통한 정책 효과 극대화의 필요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데 대해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이 총재가 성향상 기준금리 인하의 조건까지 명확하게 설명하려 하면서 시장의 테마가 예상보다 빠르게 통화 완화 시점으로 옮겨갔지만, 정책 기조 전환 시점을 예상하는 기본 시나리오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 한은 총재가 밝힌 금리 인하 논의 조건

이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 논의의 조건과 관련해 내놓은 언급은 크게 두 가지다.

1월 금통위 회의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국내 물가가 2%대에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야 기준금리 인하를 논의할 수 있다는 발언과 연말에 국내 물가가 3%대에 도달할 것으로 보며 이후에는 더 낮아질 것이라는 발언을 동시에 내놓았다. 각기 다른 질문에 답하면서 나온 이 두 발언을 묶으면 사실상 금리 인하 포워드 가이던스로 볼 여지가 생긴다.

이어 18일 서울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한 발 더 나갔다.

이 총재는 "올해 연말 물가 상승률이 3% 수준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전망대로라면 물가 안정을 주목적으로 하면서 성장과 금융 안정도 같이 고려해 정교하게 통화정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우리가 생각한 경로보다 물가가 안 떨어진다면 금리를 더 올릴 수도 있고, 반면 우리가 생각하는 경로보다 내려간다면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는 성장과 금융 안정을 고민하면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론적인 설명일 수도 있지만 올해 하반기 3%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물가 상승률이 한은 예상 경로를 하회할 경우 금리인하를 논의할 수 있다는 여지를 열어두는 발언이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경제 전망에서 올해 상반기에 물가 상승률이 4.2%를 기록한 후 하반기엔 3.1%까지 둔화돼 연간으로는 3.6%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한은 전망대로라면 현재 5% 수준인 물가 상승률이 연말에 3%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논의의 문이 열릴 가능성이 커 보이는 게 사실이다.



▲ 4분기 금리 인하 시나리오와 중국 변수

다만 올해 경기가 예상보다 좋지 않고 물가 역시 예상보다 빨리 떨어진다는 확신이 생기면 금통위가 4분기에도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향후 물가가 다시 튀어 오를 수 있다는 부담이 있는 현시점에서 통화당국이 정책 스탠스를 바꾸기 위해선 국내 경기의 둔화 여부가 분명히 확인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반도체 업황 부진, 제로 코로나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중국 경기를 감안할 때 2분기까지 국내 경제가 부진할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예상되고 있는 부분이다.

다만 3분기부터는 변수가 있다.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다.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중국의 경제 봉쇄는 그동안 국내 수출이 부진했던 결정적 원인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와 함께 중국의 생산활동이 정상화되며 재고 소진이 빨라지면 그만큼 국내 수출의 반등 여지가 생긴다. 올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재고 소진과 함께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통화 당국이 향후 경기나 물가의 방향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움직이는 건 3분기 경제 지표를 확인한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A 외국계 은행 트레이딩 헤드는 "하반기부터는 중국발 리오프닝 효과가 반영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주식시장에는 존재하고 있다"며 "3분기 경제 지표 속보치까지는 확인해야 채권시장이 맞는 건지 주식시장이 맞는 건지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금통위가 움직이는 건 빨라야 4분기는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2분기 인하 시나리오와 미국 통화정책 변수

물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올릴 때와 마찬가지로 내릴 때도 한 발짝 더 빨리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경기 둔화의 폭이 한은의 예상을 크게 웃돌 것이라는 전제에서다.

노무라는 한국 경제가 올해 0.6% 역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금통위가 5월부터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통화정책이라는 변수 때문에 상반기에 국내 통화 당국이 먼저 움직이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의 물가 하락세가 이어진다는 가정하에서도 앞으로 남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횟수는 최소 두 번에서 세 번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5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까지는 기다려봐야 미국의 통화 긴축이 이어질지 휴지기에 들어갈지 확인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이 통화 긴축 휴지기를 선언하기 전에 국내 통화 당국이 먼저 기조를 바꾸기는 어려운 만큼 상반기 인하 콜은 다소 성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3분기 인하 시나리오와 내년 국회의원 선거

하지만 전기ㆍ가스료 인상 때문에 국내 물가 상승률 하락 속도가 다른 주요국보다 느릴 것이라는 한은 전망과 달리 물가 낙폭이 예상보다 커질 경우에도 금통위가 기조 전환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오는 3월 이후 4%대로 떨어질 게 확실시되는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빨리 3%대로 진입할 경우다.

물가가 예상보다 빨리 안정화된다면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감안할 때 정치권의 기준금리 인하 압력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변수다.

B 은행 자금부장은 "이 총재가 경기 둔화 때문이든 물가 하락 때문이든 시장금리 하락을 기정사실화한 것은 의미가 있다"며 "이 총재가 연말경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통위가 연말에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면 정치권에선 그보다 한 분기는 먼저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나설 것"이라며 "3분기부터는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향후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질지, 인하가 이뤄진다면 그 시점은 언제가 될지는 향후 도래할 통화 완화 사이클의 최종금리 전망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당분간 채권시장의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C 은행 운용부장은 "앞으로 기준금리가 인하된다고 해도 이전처럼 1%대까지 조정될지 여부는 미지수"라며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물가 수준이 고착화되면 기준금리 수준도 크게 떨어지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초에 이미 시장금리를 크게 빼버린 상황에서 향후 기준금리가 어디까지 내려갈지 여부는 역캐리를 감안해 포지션을 구축해야 할 딜러들에게 큰 이슈"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