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망)-역캐리 시대 부서장들의 고민 - Reuters News
서울, 1월17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전날 가격 낙폭 과대 인식에 소폭 강세 출발한 후 장중 글로벌 금리 흐름에 연동하며 변동폭을 키울 전망이다.
1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펀더멘털의 방향은 분명하다. 경기 하방 위험은 커지고 있고 물가 둔화 추세는 분명하다.
하지만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를 크게 하회하면 계산식이 달라진다. 아직 조달금리는 4%대인데 운용금리가 3.5%를 하회하면 일단 '무조건 담고 보자'는 생각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금리가 더 빠져 평가익을 기대할 수 있다면 롱포지션을 더 키울 수도 있겠지만, 당분간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결국 금리인하 쪽으로 흘러가지 않겠는가'라는 반문도 나올 수 있겠지만 결국 다음 사이클에서 기준금리가 얼마까지 떨어질 것이냐도 중요하다.
현재 시장 컨센서스는 내년 말 기준금리를 2% 중반대로 보고 있다.
내년 말 기준금리를 2.5%라고 보고 현재 시장금리를 대입해 돌리면 캐리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중요한 건 아직 대내외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승리를 공식적으로 선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렇게 설레발치다가 다시 물가가 올라가면 금리인상기가 연장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8일로 예정된 외신기자클럽 기자간담회에서 또 한번 등판할 예정이다. 지난주 금통위 기자간담회 이후 시장에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데 대해 이 총재가 어떻게 반응할지도 주목된다.
코로나 시대 이전 10여년 동안에는 초저물가를 가능케 하는 구조적 요인이 중첩되며 시장금리가 단계식으로 하락했다. 이 때문에 '일단 지르고 버티면 먹는' 상대적으로 수월한 운용 전략이 가능했다.
하지만 다가올 10년은 경기든 물가든 통화정책이든 한 방향으로 흐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아직은 대세를 형성하고 있다.
시장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반응하면서 위험을 적절하게 관리해 나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부담감이 아마도 대부분 부서장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을 듯하다.
역캐리 국면에서 수급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금은 일단 담고 보자'는 연초 분위기가 식으면서 상대적으로 매력이 있는 만기의 채권을 찾으려는 노력이 이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번 랠리 전에 포지션을 많이 채워놓았던 곳이라면 일부라도 차익실현을 하면서 향후 전개를 기다리는 게 맞는 수순이다. 전날 조정은 이런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구간에선 당분간 수급에 따라 예측하기 어려운 변동성이 나타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할 듯하다.
10년물 3.5%, 2년물 4.2%대로 역캐리가 우리보다 훨씬 큰 미국에선 더 큰 고민이 불가피하다.
고용부터 물가, 기대인플레이션까지 연타로 터지며 시장금리가 여기까지 오긴 했지만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때까지는 어느 정도 역전폭을 줄여갈 수밖에 없다는 게 많은 이들의 판단이다.
미국 쪽에서 금리가 또 한번 큰 폭으로 오른다면 우리는 얼마나 반영해야 할지 고민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