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채권/전망)-딜러들의 당혹감과 적정 레벨 - Reuters News
서울, 1월9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달러/원 환율은 달러 지수 하락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둔화 전망으로 1250원대 초반에 시작한 후 장중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 채권시장은 전주말 미국 국채금리 급락분을 반영하며 강세 출발한 후 장중 변동폭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부터 달러/원 환율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물가가 떨어지고는 있지만 그 속도는 제한적일 것이다. 미국 통화당국은 1970년대 경험을 곱씹으며 정책 전환에 신중할 것이다. 경기는 속도가 문제일 뿐 침체가 확실하니 수출주도형 한국경제는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달러/원 환율이 상반기까지 1350원~1400원대에서 움직이다 하반기에나 하락할 것으로 봤던 하우스들의 논리다.
하지만 달러/원 환율은 어느덧 1250원대까지 내려왔다. 반도체 업황 부진이 분명히 확인되고 있음에도 추세가 크게 꺾이지 않고 있다. 많은 딜러들이 당혹감을 느끼고 있는 이유다.
환율이 오를 때도 마찬가지였다.
엄청난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를 내는 한국의 통화가 왜 이렇게 약해져야 하느냐는 반문에 아랑곳하지 않고 달러/원 환율은 올라갔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유럽발 가스대란 우려, 일본중앙은행(BOJ)의 초저금리 정책 고수라는 3대 재료가 시너지를 냈기 때문이다.
그렇게 환율 레벨이 끌려 올라가다 어느 수준 이상부터는 시스템 리스크 경고등이 켜졌고 그 때부턴 불안심리 자체가 레벨 상승의 근거가 됐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글로벌 물가 급등세가 꺾인 게 게임체인저는 아니었지만 분명 '글로벌 시장의 무질서한 붕괴' 우려는 줄였다.
여기서 온화한 날씨 덕에 유럽발 가스대란 우려가 먼저 사그라졌고 BOJ가 충격적인 정책기조 전환 시그널을 내놓았다. 중국 군중의 성난 요구에 중국 당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급격히 폐지한 건 '화룡정점'이었다.
결국 달러/원 환율을 정상 수준보다 크게 높였던 3대 재료가 희석되니 분위기가 급변한 것이다.
이벤트 재료가 없다면 결국 찾아가야 하는 건 펀더멘털이다. 올해 한국 경제 전망이 비관적이라고 하는데 결국 반도체 업황이 알파와 오메가다. 이전 반도체 불황 사이클때 환율의 적정 레벨을 생각해 보면 현재의 급격한 하락세를 이해하지 못할 것 없다.
시장은 그동안 달러/원 환율을 끌어올렸던 3대 재료가 모두 희석된 현 상황을 감안해 리프라이싱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앞으로는 제로 코로나 정책이 되돌려지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중국 경제의 혼란, 유럽발 가스대란 재발 우려, BOJ의 향후 행보 등이 변수이겠지만 아직은 모든 게 한 방향이다.
채권시장은 이제 올해 경기 둔화를 본격 반영하는 국면이다. 지난주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는 현재 국내 경기의 골이 예상보다 깊다는 것을 보여준다.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부동산 시장 상황까지 감안할 때 국내 경제가 금리의 추가 상승을 감당할 수 있는 룸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가장 최근 사례로 보면 2019년 초반 분위기다. 2018년 11월까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잡겠다고 기준금리를 올렸던 금통위의 분위기는 2019년 초 급변한다. 이때도 반도체 업황 사이클과 맞물린 글로벌 경기둔화 전망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2019년 7월부터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된 배경이다.
이번주 금통위 회의가 예정돼 있다. 시장은 추가 25bp 인상 여부를 놓고 왈가왈부하고 있지만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전망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을 시사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인상 사이클 종료에 대한 시그널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통화긴축이 물리적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은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해 보인다.
국내 최종 기준금리가 3.25%이든 3.5%이든 3.75%이든 관계없이 그동안 너무 밀린 크레딧 채권들을 중심으로 매수세는 유지될 수 있는 분위기다. 아직은 버퍼가 적지 않고 신용도가 높은 공사채와 우량 은행채를 중심으로 한 강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