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채권/전망)-日 BOJ 출구전략이라는 코끼리..韓 기대인플레이션 - Reuters News
(외환·채권/전망)-日 BOJ 출구전략이라는 코끼리..韓 기대인플레이션 - Reuters News
- 달러/원 환율은 연말 네고에 힘입어 1270원대 하향 돌파 시도에 나설 전망이다. 채권시장은 최근 약세폭 과대 인식과 기대 인플레이션율 급락 소식에 강세 반전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유럽과 홍콩, 싱가포르, 호주 등 주요국 시장이 모두 크리스마스 연휴 여파로 휴장한 가운데 원화가 엔화 흐름에 연동하는 건 불가피한 결과였을 것이다.
전날의 에피소드는 시장 참가자들에게 엔화의 향후 방향성에 대해서도 비교적 확신을 줄 듯싶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이날 일본 경제단체연합회 연설에서 최근의 금리 변동폭 확대가 "결코 출구전략을 위한 결정이 아니다"라며 "금리 통제라는 틀 아래서 금융 완화를 계속해 임금 인상을 수반하는 물가 안정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하지만 구로다 총재의 발언 이후 엔화는 오히려 강세폭을 키웠고 JGB 10년물 금리는 7.5bp 급등하며 레인지 상단인 0.5%에 근접한 0.445%까지 올라섰다. 퇴임일을 받아놓고 있는 구로다 총재의 발언에 힘이 실리지 않으면서 그가 출구전략을 부인할 때마다 오히려 시장 참가자들은 출구전략이라는 방 안의 코끼리를 떠올리게 되는 프레임이 만들어진 것이다.
더구나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일본 정부가 최근의 물가 상승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는 점도 구로다 총재의 선택지를 줄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BOJ가 수익률 곡선 억제 정책(YCC)의 조정에 나서기 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구로다 총재를 만나 출구전략을 사실상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중단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방향이 잡히는 모습이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중단 이후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상당한 혼란이 예고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5일부터 일일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선 이전에 미국이나 유럽에서 다 한 번씩 경험했던 사태의 반복이라는 측면에서 중국의 확진자 급증을 바라보는 듯하다. 당장 큰 인명 손실이 불가피하겠지만 '결국 시간이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 크게 작용하는 모습이다.
미국의 통화 긴축 정책이 얼마나 높이, 얼마나 길게 유지될지 현재로선 예상하기 어렵지만, 엔화의 뚜렷한 방향성과 위안화의 잠재적 반등 가능성 등이 달러/원 환율의 하방 압력을 키우는 상황이다. 래깅하고 있던 네고가 꾸준히 나오는 이유일 것이다.
채권시장은 연말 예상 밖 조정을 이어가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달 들어 예상보다 강성 발언을 날리긴 했지만 통화정책 변곡점 인식을 되돌릴 만한 재료가 없었던 만큼 최근의 조정폭은 과도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다만 연말 가격 조정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여기는 이들도 적지 않을 듯하다. 올해 성과 평가가 마무리된 만큼 연말 가격 조정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아 내년에 높은 금리대에서 출발할 수 있다는 게 더 큰 메리트로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전날 공개한 '2023년도 국고채 발행 계획'에서 내년에 국고채 발행 한도가 167.8조원으로 올해보다 8천억원 줄어든다고 밝혔다. 국가채무 잔액을 실제로 증가시키는 국고채 순발행 한도는 61.5조원으로 올해(104.8조원)보다 크게 줄지만 차환 발행이 106.3조원으로 확대(2022년 예산 72.6조원)돼 총 발행한도에는 큰 차이가 없게 됐다.
내년 거시경제와 금융 여건, 보험사의 장기채 수요 여력 등을 감안해 장기물 발행 비중(20년물, 30년물, 50년물)은 올해와 동일하게 유지하기로 했다.
2년물과 3년물 등 단기물 발행 비중은 올해 25%에서 내년 30%로 상향 조정하고, 5년물과 10년물 등 중기물 발행 비중은 40%에서 35%로 줄일 예정이다.
국내 기대인플레이션이 큰 폭 하락한 것은 이날 채권 매수심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2월 소비동향 조사'에 따르면 11월에 4.2%를 기록했던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이달 0.4%P 낮아지며 3.8%로 집계됐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 7월 4.7%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이후 계속 4%대에서 머물다가 이달 들어 3%대로 떨어졌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3%대로 떨어진 건 지난 6월(3.9%) 이후 처음이다.
기대인플레이션율 안정은 국내 통화 당국의 고강도 긴축 필요성을 낮추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채권 매수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