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02 (채권/전망)-정권의 시그널과 금통위 세력 변화 - Reuters News
(채권/전망)-정권의 시그널과 금통위 세력 변화 - Reuters News
채권시장은 전날 강세폭이 컸던 데 따른 조정심리에 소폭 약세 출발할 전망이다. 대내외 통화정책 전환 기대가 큰 만큼 매수 모멘텀이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의 불확실성 때문에 장중 변동폭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예상했던 수순이다.
현 정권의 여러 인사들이 통화정책의 방향에 대한 언급을 늘려가는 모양새다.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공급망 충격에 의한 물가상승을 금리 인상으로만 대응하는 건 가학적"이라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열석발언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많은 분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감안해 조치하겠다"고 발언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자금시장 경색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 진압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금융위 입장에선 현재 상황을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이날 김 위원장의 발언을 간과하긴 어렵다. 지난달 24일 국정감사장에서 벌어진 일 때문이다.
당시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일부 국회의원의 적극적인 유동성 지원 필요성 주장에 "유동성을 직접 공급하지 않더라도 적격담보채권 대상을 확장해서 은행권의 은행채 발행 규모를 줄이고 그로 인해 선순환이 일어나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한은의 적극적인 개입 기대와 거리를 두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같은 시각 열리고 있던 정무위원회에서 김 위원장은 "한은이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 유동성 지원 조치를 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해 주목을 끌었다.
당시 시장에선 한은 총재의 발언에 무게를 실었지만 결과적으로 금통위는 증권사를 RP 매입에 포함시키는 등 사실상의 유동성 지원 조치를 총망라한 정책 팩키지를 발표했다.
물론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일부 금통위원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최종 결론을 내리기까지 금통위원들간 의견 수렴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매파 위원의 강력 반발 때문에 회의가 길어지자 '소수의견' 이야기까지 나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중요한 건 그동안 소수로 여겨졌던 신성환 위원의 주장이 금통위내 다수 위원들의 동의를 얻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달 FOMC 회의에서 12월 속도조절 발언이 나오느냐가 변수긴 하지만 국내 통화정책의 큰 흐름은 이미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추가 인상폭이 한 번이냐, 두 번이냐와 한 번 또는 두 번 추가로 인상을 했을 때 국내경제가 버틸 수 있느냐에 금통위 논의의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게 됐다.
전날 공개된 10월 금통위 회의록에 따르면 50bp 금리인상을 주장했던 다수의 위원들은 국내경제 펀더멘털이 견조해 금리인상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은 내부에서 무수하게 나왔던 신용시장, 금융안정 관련 보고서들을 통해 확립한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말 시장이 불과 한 주만에 붕괴 직전까지 치닫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 경제의 체력에 대한 확신을 여전히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매파의 선제적 금리인상 논리가 흔들리면서 금융안정을 위한 유연한 통화정책 기조 전환 주장이 더 힘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물론 미국 FOMC 회의를 앞두고 모험을 걸 시장참가자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FOMC 회의에서 속도조절 발언이 나올 확률은 딱 절반 정도로 평가되고 있다. 파월 의장이 12월 속도조절을 이야기한다 해도 최종금리 수준이 더 높아지고 현재 인상 사이클이 더 길게 이어질 수 있다는 단서가 달릴 수도 있다.
하지만 FOMC 회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국내 최종금리 수준은 더 높아지기보다는 낮아질 가능성이 크고, 현재 인상 사이클은 더 짧아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크레딧물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한 판단과는 별개로 국고채 금리와 기준금리간 스프레드는 시간이 지날수록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이유다.
한편 이날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보다 5.7% 상승했다. 이는 로이터통신 설문조사 결과(5.6% 상승)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다.
지난 7월 6.3%였던 소비자물가는 8월에 5.7%까지 떨어지며 물가 정점론을 키웠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5.6% 상승해 5.7% 올랐던 8월보다 상승폭이 소폭 줄어든 바 있다. 전기, 가스요금 등 대규모 공공요금 인상과 환율 상승 여파로 10월 소비자물가는 9월보다 소폭 상승폭을 키우게 됐다.
하지만 11월부터 기저효과가 커지는 점을 감안하면 물가는 지난 7월을 정점으로 한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