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한은 적격담보 확대·LCR 정상화 일정 연기, 은행채 대란 막을 방파제 될까? - Reuters News
(초점)-한은 적격담보 확대·LCR 정상화 일정 연기, 은행채 대란 막을 방파제 될까? - Reuters News
최근 급증한 은행채 발행이 시중자금의 블랙홀이 되며 가뜩이나 불안한 크레딧시장의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늘어나는 가운데 정책당국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가뜩이나 불안한 대외 금융시장 상황과 맞물리며 국내 크레딧시장이 자기실현적 위기로 치닫는 걸 차단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테이블에 올리고 시장참가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모습이다.
시장참가자들은 유동성 경색 이슈가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촘촘한 안전판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은, 은행채 적격담보 포함 기대
은행업계에 따르면 은행 자금부서장들은 지난 18일 열린 자금시장협의회 회의에서 한은 당국자들과 최근 은행채 발행 확대에 따른 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은행 자금부서장들은 한은의 대출 적격담보증권, 차액결제이행용 적격담보증권과 공개시장운영 대상증권에 은행채를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했고 한은 당국자는 "검토 중"이라는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은 2020년 코로나 사태 당시 크레딧시장의 안정을 위해 은행채를 대출 적격담보증권, 차액결제이행용 적격담보증권, 공개시장운영 대상증권에 포함시킨 바 있다. 이후 적격담보증권에 은행채를 포함하는 조치는 코로나19 사태가 일정 부분 진정된 2021년 3월31일 종료됐다.
은행채를 한은 적격담보에 포함시키는 조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최근의 은행채 발행 러시로 시중의 자금줄이 마르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단계적 규제 비율 정상화 일정과 달러/원 환율 급등에 따른 장외 파생상품 담보 가치 하락 여파로 은행채 발행이 급증하며 크레딧물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은행들이 민간평가사 금리보다 30~50bp씩 높은 수준에서 묻지마 발행을 이어가며 그나마 남아 있는 시중자금을 쓸어가는 통에 신용도가 떨어지는 다른 크레딧물은 거래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증권사의 유동성 우려에 따른 단기 조달시장의 혼란이 가세하며 현물거래는 사실상 마비상태다.
한은이 적격담보증권을 확대하면 은행들은 기보유하고 있는 은행채를 담보로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추가적인 자금여력이 생겨 은행채 발행 압력을 그만큼 줄일 수 있게 된다.
은행채를 한은 적격담보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 금융당국의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에 따른 효과도 커지게 된다.
현재 금융당국이 검토하고 있는 채안펀드의 경우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의 추가 출자 없이는 대규모로 재가동될 수 없다. 특히 자금 마련에 있어 은행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측면에서 채안펀드 조성 규모가 커질수록 은행채 발행 압력은 확대되는 역효과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은행채를 한은 적격담보에 포함시켜 활용도를 높인다면 채안펀드 조성에 따른 은행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반론도 있다.
현재 은행채 수급을 교란하고 있는 건 시중은행뿐 아니라 특수은행들도 포함된다. 특수은행채는 지금도 한은 적격담보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은행채가 추가로 포함된다 해도 은행의 자금 수요가 특수은행채에서 은행채로 수평 이동하는 효과만 기대될 뿐 시장 전반의 수급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LCR 정상화 일정 연기·금융중개대출 예대율 제외도 논의될 듯
은행권에선 금융당국이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정상화 일정을 유연하게 조정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금융위가 20일로 잡은 은행권과의 긴급 간담회 때 LCR 정상화 일정 조정 이슈가 중점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금융 감독 당국은 코로나19 사태 발발 당시 한시적으로 85%까지 하향 조정했던 LCR을 금년 7월에 90%까지 올린 데 이어 이달부터는 92.5%까지 상향 조정했다. 내년 1분기엔 95%까지 높일 예정이다.
은행권에선 연말 자금 환매와 국제금융시장의 혼란 가능성을 감안할 때 일단 내년 1분기로 예정된 LCR 추가 상향 일정을 한 차례 연기하도록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중개대출의 예대율 제외 역시 은행권의 요청 사안에 포함될 전망이다.
예대율은 예수금에 대한 대출금의 비율이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이 예대율 산정에서 제외되면 분자(대출잔액)가 줄어들어 그만큼 시중은행의 규제비율 제고 압력이 낮아지게 된다.
A은행 자금부장은 "오늘도 산금채 3년물이 민평보다 44bp 높은 수준에 찍었고 농금채 1년물 발행 금리도 민평 금리를 30bp 넘었다"며 "특수은행채가 무너지니 공사채 발행이 모두 유찰되고 있고 한은 통안채 발행도 미달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기말잔액으로 LCR이 100%를 넘지만 우리 쪽으로 대출이 급하게 들어올 것 같으니 돈을 쥐고 놓을 수가 없다"라며 "ABCP 관련 험한 루머까지 돌고 있는데 정?Ⅴ映뮌?당장 아무것도 하지 않고 11월로 넘어가면 시장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들이 장외 파생상품 담보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식으로 신용보강서(CSA)를 개정해 환율 상승에 따른 LCR 비율 저하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비했다면 현재와 같은 상황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B은행 자금부장은 "은행채를 한은 적격담보에 포함시키는 건 시장 안정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겠지만 금융중개대출의 예대율 제외는 효과가 얼마나 클지 의구심이 든다"며 "상황이 악화되면 LCR 정상화 일정을 미룰 수밖에 없겠지만 은행들이 조금 더 일찍 파생담보의 소유권 이전 작업을 시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통화·금융당국 입장에선 일련의 안정조치가 시장참가자들의 심리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며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금리가 올라가면 발행이 되는데 앞으로 금리가 올라가도 발행이 안 되는 상황이 되면 심각해진다"며 "다만 당국 입장에선 긴급 조치 자체가 시장에 '정말 위험하구나' 하는 시그널로 읽힐 가능성에 유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