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파생담보발 은행채 대란 우려..소유권 이전 해법 놓고 은행권 논란 증폭 - Reuters News
(초점)-파생담보발 은행채 대란 우려..소유권 이전 해법 놓고 은행권 논란 증폭 - Reuters News
금융감독 당국이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의 단계적 정상화에 나선 가운데 달러/원 환율 급등에 따른 장외 파생상품 담보 가치 하락 여파로 시중은행들의 채권 발행이 줄을 잇고 있다.
연말에 원화 가치가 추가로 급변동할 경우 주요 기관의 자금 환매, 금융 당국의 LCR 비율 상향 조정 일정과 맞물리며 은행채 시장에 또 한 번 큰 혼란이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시장에선 현재 장외 파생 거래에 사용되는 담보의 소유권 이전을 통해 연말 은행채 대란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인 국내 은행들은 중요 고객 중 하나인 보험사들의 부정적 반응과 내부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장외 파생 담보의 소유권 이전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 파생담보 소유권 이전으로 은행권 자금 조달 압박 급감 가능
채권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종가 기준 AAA 은행채 1년물의 국고채 대비 스프레드는 87bp에 달한다.
국고채 대비 은행채 스프레드는 지난 9월 이후 크게 벌어졌는데 8월 말(50bp)에 비하면 37bp나 확대됐다. 9월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기점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주요 크레딧 스프레드가 전반적으로 벌어지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자금 조달 러시에 나서면서 은행채 시장도 요동쳤다.
시중은행들은 금융 감독 당국의 LCR 비율 정상화에 대응해 적극적인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금융 감독 당국은 코로나19 사태 발발 당시 한시적으로 85%까지 하향 조정했던 LCR을 금년 7월에 90%까지 올린 데 이어 이달부터는 92.5%까지 상향 조정했다. 내년 1분기엔 95%까지 높일 예정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 1180원대였던 달러/원 환율이 현재 1430원대까지 오르면서 시중은행들의 LCR 비율에 추가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장외 파생상품을 거래할 때 당사자들은 신용 위험의 최고 감내 수준(threshold)을 설정한 후 시가평가 변화에 따라 적격 담보물을 추가로 납입하고 있다.
'바젤Ⅲ 유동성 기준서'에 따르면 파생상품을 거래할 때 담보의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을 경우 담보물은 고유동성 자산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된다.
현재 대다수 시중은행이 장외 파생 거래 담보를 쌓을 때 질권 설정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담보물의 재활용이 되지 않고 있는 만큼 환율 상승에 따라 적??담보물을 추가 납입할 때 LCR 비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만약 환율이 연말까지 추가로 급등할 경우 금융당국의 LCR 비율 정상화 일정과 맞물리며 은행채 시장에 또 한 차례 수급 충격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장외 파생상품 담보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식으로 신용보강서(CSA)를 개정해 향후 가시화될 수 있는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A 외국계 은행 자금부장은 "최근 환율이 급등하면서 파생상품 담보 이슈가 은행권의 최대 현안 중 하나로 떠올랐다"며 "당장 파생 담보의 소유권 이전만 해도 은행권의 추가 자금 조달 압박이 크게 줄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 허락 없인 안돼"..당국 적극적 개입 필요 지적도
문제는 장외 파생 거래 계약을 체결할 때 담보의 소유권을 이전할지가 개별 금융기관의 선택에 달렸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7년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장외 파생상품 거래 시 담보로 받은 국채 등을 소유권 이전을 통해 재활용할 수 있게 했지만, 질권 설정 방식도 옵션으로 남겨놓았다.
규정 개정 이후에도 개별 기관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다 보니 장외 파생 담보의 소유권 이전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렵게 됐고, 결국 원화 채권 담보의 재활용은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최근 달러/원 환율 급등에 따른 LCR 비율 부담이 커지면서 국내은행에서도 담보 계약 전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보험사 등 주요 고객들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커 진행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외 파생상품 계약상 담보 규정을 모든 거래 상대방별로 새로 체결해야 하는데 수 개월간의 노력 끝에 작업을 완수하더라도 연말 자금 이슈라는 당면 과제 해결에 큰 도움이 못 될 것이라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지난해 9월부터 장외 파생상품 계약을 할 때 개시 증거금을 쌓도록 하는 규정이 대다수 국내 금융회사에 적용됐지만, 1년 이상 지났는데 아직 CSA 체결이 완료되지 못하고 있다.
만약 연말에 환율이 급등하며 시장 상황이 악화될 경우 금융·통화 당국이 어떤 식으로든 안정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국내은행들의 적극적 대응을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B 국내 은행 자금부장은 "파생 담보의 소유권 이전만 되면 현재의 은행채 발행 이슈는 바로 해결될 것으로 보지만 보험사들의 동의 없이는 어렵다"며 "은행들끼리라도 먼저 하자는 이??기?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국내 은행의 전산시스템이 미비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은행들 입장에선 연말에 은행채 발행이 안 되더라도 예금으로 당기면 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며 "만약 시장이 혼란스럽다면 금융 당국이 LCR 비율 정상화 일정을 늦추거나 한은이 은행채를 적격 담보로 포함시키는 조치가 더 빨리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선 현재 흔들리고 있는 크레딧 시장의 안전판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금융 당국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C 국내 은행 자금 기획 담당자는 "우리도 담보 재활용을 하고 싶지만 담보 규모가 워낙 큰 대형 보험사들이 반대하고 있어 설득하다가 포기하는 걸 반복 중"이라며 "우리가 받는 담보를 재활용할 수 없다면 굳이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면서 이 일을 진행할 유인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금융 당국이 장외 파생 담보의 소유권 이전을 강제한다면 큰 문제 없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며 "누군가 실타래를 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