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07 (채권/전망)-환율 하락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과 유동성 - Reuters News
(채권/전망)-환율 하락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과 유동성 - Reuters News
- 채권시장은 미국 국채금리 상승 여파로 약세 출발한 후 장중 변동성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10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결과를 미리 엿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은행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창용 총재가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시장이 '중구난방'으로 움직이고 있다.
다수의 채권 운용역은 현재 채권시장을 움직이는 가장 큰 동력이 환율의 방향성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5일엔 달러/원 환율이 급락하는 와중에도 금리 상승 압력은 오히려 거세게 일었다. 전날엔 달러/원 환율 1400원이 깨졌을 때에야 비로소 반응하며 약세폭을 되돌리는 모습이었다.
이는 원화 강세를 바라보는 시장 참가자들의 시각이 갈리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현재 분위기라면 달러/원 환율 1300원대에서 이번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맞을 가능성도 있지만 절대환율 수준이 빅 스텝 결정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외환위기 트라우마에 조바심치고 있는 국민 여론을 감안할 때 베이비 스텝 결정으로 환율이 큰 폭 재상승했을 경우의 후폭풍을 금통위가 감당할 수 없으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빅 스텝의 효용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최근 환율이 하방 압력을 받는 걸 빅 스텝 기대, 즉, 국내 펀더멘털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느냐의 문제다. 환율이 올라갈 때도 국내 펀더멘털과 통화정책 경로 기대보다는 엔화와 유로화, 위안화가 결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벌써 1년 반째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최장기간 금리 상승 국면이다. 정책 당국자들은 아직 어딘가 부서지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며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지만, 금리 상승 효과가 누적적으로 경제에 엄습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환율 때문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빅 스텝은 시간이 흘렀을 때 실수였다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이날 한은 국정감사에서도 이 총재가 환율 때문에 이미 무용지물이 된 '포워드 가이던스'를 어떻게 재정립할지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채권시장의 움직임이 환율 변동성의 의미를 냉정하게 반영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올해 내내 지속된 금리 상승 국면에 다수의 국내 기관이 나가떨어지면서 의미 있는 포지셔닝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최근까지는 외국인 매수로 버텨왔는데 외국인이 추가 매수를 멈추니 시장이 멈춘 것이다.
양방향으로 호가가 얇다 보니 얼마 안 되는 거래량으로도 가격이 널뛰는 것이다. 국내 기관들은 적어도 11월 금통위 회의까지는 보고 연말 포지셔닝을 시작할 듯한데 그때까지는 이렇게 '도통 이해할 수 없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건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5일부터 영국 국채금리가 다시 급등세인데 시장 참가자들의 매입 여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영란은행(BOE)의 국채 매입 없이는 가격 매칭이 어려운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다.
미국 국채시장 역시 유동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가 하루에 10~20bp씩 요동치고 있는 것은 분명 시장의 중요 행위자들의 채권 매입 여력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다.
한국 시간으로 주말에 발표되는 미국의 9월 고용 증가폭이 시장 컨센서스인 25만~27만개보다 낮게 나오면 미국 금리가 하락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 주 물가 지표, OPEC+의 석유 감산에 따른 국제유가 동향, 러시아의 전술핵 사용 여부, 그리고 이어질 수많은 경제 지표까지 또 시장을 헤집을 재료들은 차고도 넘친다.
지금처럼 시장의 유동성이 메마른 시점에, 연말 성과 평가가 코앞인 시점에, 언제 어디서든 누구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시점에 적극적인 포지셔닝은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