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0월5일 (로이터) 박예나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5일 역외 투기거래에 대해 공식 경고하며 강한 시장 안정 의지를 밝혔다.
추 부총리는 비상경제장관회의에 앞선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 전개를 예의주시하면서 한층 더 높은 경계심을 갖고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외기관 등을 중심으로 한 투기적 거래로 외환시장 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 국채 금리와 달러 상승 변동성이 대거 확대되자 아시아 주요 당국은 급격한 환율 움직임에 대해 일제히 시장안정 발언을 쏟아내는 가운데 이날 추 부총리는 역외 투기세력을 향한 한층 강한 경고 발언을 내놓았다.
추석 연휴 전 연고점의 강한 저항을 뚫어낸 환율은 전날 1360원대까지 빠르게 속등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급등하고 이에 강달러 모멘텀이 확산된 영향이 주효하지만, 외환당국은 과도한 역외 매수세가 환율 급등을 부추긴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 당국자는 "최근 환율이 올라오는 과정에서 역외가 주도한 면이 있다"면서 "미국 국채 금리가 많이 상승하고 달러인덱스가 올랐지만 역외들이 지나치게 사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데이터에 따르면 26일 기준 주간 투기세력의 달러인덱스 순매수포지션은 더 확대됐다. 단기적으로 강달러 모멘텀이 확산되는 양상으로 풀이된다.
시장참가자들은 작년 환율이 상승 일변도 양상을 보일 때에 비해서는 수급 쏠림이 완화됐다고 진단하고 있다. 전날 환율이 작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1360원대로 진입했지만, 환율 급등에 역내 달러 대기매물이 활발하게 소화됐다고 전했다.
한 은행 외환딜러는 "수급이 크게 쏠리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달러를 앞지르기보다는 달러인덱스 수준 만큼 원화도 움직이는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작년과 달리 에너지 관련 대규모 수요가 둔화된 데다 환율이 크게 오른 이후에는 국민연금 관련 해외투자 수요도 감지되지 않으면서 우선 역내 수급은 비교적 균형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무역수지 개선 흐름에도 대외 불안에 따른 시장 버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아직 어려운 데다 최근까지 환율 상단을 막아선 일부 기업의 해외 유보금과 관련한 수급 지속에 대한 불확실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한 시장전문가는 "수출과 무역수지 개선이 나타나고는 있지만 무역수지의 수급 비중이 줄다보니 수급이 시기별로 불균형하고, 외국인 주식 매도세 지속과 올해 환시 수급에 중요한 역할을 한 해외 자회사 배당 등의 플로우가 불확실해 수급은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시장참가자들은 기술적으로 달러지수를 비롯해 달러/원 단기 상단이 뚫린 것으로 보고 추가 상승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달러/원의 경우 1360원대가 의미있게 뚫릴 경우 1400원을 다음 저항선으로 설정하고 있다.
다른 은행 외환딜러는 "미국 금리 방향 따라 움직이겠지만 국내외 중앙은행들에 대한 경계감이 환율 상승세를 제한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