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3월3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를 훌쩍 넘어선 영향으로 약세 출발할 전망이다. 다음주 국고채 30년물 입찰 부담으로 장중 헤지 압력이 강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시장의 분위기는 확실히 넘어간 듯 보인다.
2일(현지시간) 뉴욕장에서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한때 4.091%로 4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뒤 거래 후반 전일 대비 약 8bp 상승한 4.075%를 가리켰다. 2년물 수익률은 장 중 15년여 만의 최고치인 4.944%까지 상승했다.
이날 발표된 유로존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예비치 상승률이 1월(8.6%)보다 소폭 낮은 전년대비 8.5%를 기록해 월가 예상치인 8.2%를 웃돌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갔다. 지난 2월에 발표된 미국의 1월 CPI 상승률이 지난해 12월(6.5%)보다 소폭 낮은 전년대비 6.4%를 기록해 월가 예상치(6.2%)를 상회한 것의 판박이같은 흐름이었다.
지난주 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또 한번 20만건 이하로 나온 데다 미국의 4분기 노동비용은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연준의 '더 높고 더 오래가는' 긴축에 대한 부담감은 더 커진 상황이다.
하지만 3월 50bp 금리인상 가능성은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발언으로 낮아진 모습이었다. 보스틱 총재는 자신이 여전히 25bp 금리인상을 강하게 선호한다고 밝혔는데 중립 성향 위원들의 신중한 스탠스를 대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스틱 총재의 최종 금리 전망치는 현재 5.0~5.25%로 지난 12월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 중간값 수준과 같다. 다만 보스틱 총재는 최종금리가 자신의 전망치보다 상향될 근거도 있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4%를 넘어선 것은 분명히 위험 신호다.
지난해 같았으면 주식시장이 금리에 연동하며 크게 출렁였어야 한다. 하지만 국채금리 움직임을 감안할 때 최근 주식시장은 확실히 견조해 보인다. 6개월 만기 미국 단기 국채를 사면 5%가 넘는 쿠폰 이자를 얻을 수 있음에도 주식시장에서 채권시장으로의 유의미한 자금 이동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연준 정책금리가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더 오래 지속되면 향후 기업 이익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5% 이상의 안전마진을 주는 단기 국채를 외면할 이유가 크지 않아 보임에도 그렇다.
경기 연착륙 기대감이 있다고는 하지만 가장 큰 건 결국 인플레이션만 안정되면 랠리가 필연적으로 따라올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그런 랠리에선 5% 안전마진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 기대감 없이는 지금의 주식시장이 이해되지 않는다.
주식시장이든 채권시장이든 이같은 기대감이 여전하다 보니 경제지표 변화에 따른 통화정책 기대감과 대치하는 상황이다.
다들 연준이 더 매파적으로 나올 것 같다면서도 포지션을 바꾸는데 큰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시장의 테마와 가격에 괴리가 벌어지는 이유다. 이 괴리를 또 많은 이들이 파고들며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채권투자자 입장에선 당장 입찰 물량 소화가 관건이다. 입찰이라는 수급 요인이 경제지표와 맞물리면서 더 큰 파급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 국면이다. 주식보다 채권쪽 심리가 더 빨리 얼어붙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국내시장도 당장 30년물 입찰이 관건이다. 다음주 초반 3조7천억원 규모 30년물 정례입찰과 후반의 비정례 입찰이 마무리된 후 미국의 고용지표 발표가 예정돼 있다 보니 응찰 기준점을 잡기 쉽지 않다.
만약 이번에도 미국 고용의 상방 서프라이즈가 이어진다면 그나마 남아 있는 '결국 랠리' 기대감마저 흔들릴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롱심리가 아직 남아 있지만 수급과 맞물리면서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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