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채권/전망)-"진짜 다 왔나" 징크스와 한은의 물가 시나리오 - Reuters News
- 채권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속도 조절 기대와 미국 국채금리 하락 여파로 강세 출발할 전망이다. 다만 기획재정부의 11월 국채 발행 축소폭이 크지 않았다는 점과 다음 주 국고채 30년물 입찰 부담 등이 매도 재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달러/원 환율은 1420원대 초반에 거래를 시작한 후 장중 등락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하방 압력이 우세할 것으로 보이지만, 위안화 환율 변동폭이 워낙 큰 게 변수다.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금리 대세 상승장이 벌써 1년 6개월 동안 진행되고 있다. "이제 거의 다 온 듯하다"고 했다가 당한 게 여러 번이다 보니 누구도 섣부른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마치 그런 말을 하면 시장에 다시 지표 폭풍이 몰아치며 금리가 급등한다는 징크스라도 생긴 듯하다.
하지만 말은 하지 않아도 그런 기대감이 솔솔 피어나는 건 사실이다.
27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연율 기준 3분기 GDP는 2.6%로 시장 컨센서스(2.3%)를 크게 상회했지만, 시장이 주목한 건 GDP 디플레이터였다. GDP 디플레이터가 4.1% 오르는 데 그쳐 전망치(5.3%)를 크게 밑돌면서 전반적인 물가 수준이 하락세를 탔다는 기대감을 키운 것이다.
하지만, 금리시장과 달리 외환시장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미국 국채금리가 크게 하락했음에도 달러지수는 오히려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준의 정책 전환 여부에 대해 외환시장이 더 회의적으로, 신중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신호다.
또 하나 이날 주목할 만한 결정은 유럽에서 나왔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 통화정책회의에서 3대 주요 금리를 75b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시장 예상과 일치하는 행보였지만 추가 인상 경로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으면서 '절대 물가 안정' 기조에 변화가 있음을 시사했다. 일부 위원이 50bp 인상 소수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 것도 시장 기대에 영향을 미쳤다. 이날 ECB의 결정 이후 이번 사이클의 최종 금리 전망 컨센서스가 큰 폭 하향 조정되기도 했다.
호주와 캐나다 중앙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이미 가파른 통화 긴축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기본적으로 달러 강세가 주춤해진 게 중앙은행들의 숨통을 열어준 것으로 보이지만 대내외적으로 커지는 금융 안정 리스크가 점점 무게를 키우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국의 경우 원화 자금시장 경색과 크레딧 불안이라는 특수 요인이 경기 전반에도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전날 정부의 비상경제민생회의는 정부의 정책 초점이 '성장 제고'로 완전히 '유턴'했음을 보여줬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에서 그야말로 온갖 시장 안정책이 총망라되며 쏟아진 것을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고 전국민에 TV로 생중계된 비상경제민생회의 시점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려울 듯하다.
펀더멘털 상으로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물가다.
한은은 지난 9월 금융통화위원회 당시 물가의 상방 리스크가 커졌다고 밝혔는데 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모양새다.
사실 국내 물가는 지난 7월 정점을 찍고 하락하는 모양새였다. 지난해 10월부터 물가 상승폭이 가팔라졌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물가의 하방 트렌드를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한은은 겨울로 다가가면서 유럽발 가스 가격 급등 사태가 다시 유가 상승을 부추기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물가 경로를 보수적으로 계산했는데, 최근 가스 가격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상방이 아니라 하방으로 말이다.
지난 월요일, 유럽에서 거래되는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공급자들이 넘치는 재고 물량 처리를 위해 비용을 지불하면서 가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지난 8월 MWh당 천연가스 가격이 300유로 이상까지 치솟았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반전이다.
현재 유럽의 날씨가 예상보다 따뜻한 데다 유럽연합(EU)의 에너지 절약 캠페인 영향으로 수요까지 줄었고, 가뜩이나 겨울 대란 우려로 재고를 엄청나게 쌓아왔기 때문에 벌어진 사태다. 공급 과잉에 따른 수급 교란으로 당분간 가스 가격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의 경우 10월부터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한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물가 하락세는 큰 이견 없이 확인될 가능성이 커진 듯하다.
11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가 75bp 인상된다고 해도 속도 조절 커뮤니케이션만 확인된다면 다음 달 금통위가 빅 스텝에 나설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워 보이는 이유다.
물론 11월 FOMC 이후에 또다시 미국 고용지표, 물가지표 발표가 시장을 괴롭힐 것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여전히 "진짜 다 왔나"라는 말을 하기 꺼려할 것이다.
하지만 기대감은 조금씩 커지고 이런 부분이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11월 국??발행량 말이다.
다음 달 7조원, 12월 4.5조원 내외 발행과 바이백을 통한 순발행 제로 시나리오는 국채포럼 전부터 예상됐던 부분이다. 여기에 국채포럼에서 국채 발행량을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밝힌 경제 부총리의 언급은 시장의 기대치를 더 키워놓았다. 하지만 전날 기재부는 11월에 7조원 규모 국고채를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다들 어리둥절할 것이다. 추 부총리의 발언은 시장 안정을 위한 레토릭으로 치부해야 했던 게 아닌가 싶다.
어쨌든 다른 부분에서 소원 수리가 대부분 이뤄진 만큼 시장 참가자들이 큰 불만을 표하진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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